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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듬더듬’ 66분 만에 실종자 1명 수습 … “세월호보다 어려워”

입력 : 2019-06-04 19:36:03 수정 : 2019-06-04 19:3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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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탕물에 유속 빨라 ‘시계제로’ / “위치 듣고 투입됐지만 애 먹어” / 韓긴급구조대 소속 잠수대원 2명 / 수습 마친후 체력 고갈 회복조치 / 헝가리 당국 6일부터 인양 방침 / 韓 “시신 훼손·유실 줄여야” 입장

‘1시간 6분.’

3일(현지시간) 오후 5시27분쯤 헝가리 부다페스트 머르기트 다리 부근 다뉴브강에서 한국인 여성 실종자 추정 시신 한 구를 수습하는 데 필요했던 잠수 시간이다. 이날 작업한 정부 합동 신속대응팀 긴급구조대 소속 잠수대원 2명은 수습을 마친 뒤 체력이 고갈돼 산소호흡기를 통한 회복 조치를 받았다.

유람선 침몰 사고 발생 일주일이 지난 4일 오전(현지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사고현장인근에 마련된 현장CP에서 대한민국 정부 합동 신속대응팀이 선착장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신속대응팀 긴급구조대장인 송순근 대령은 “잠수대원들이 과거 세월호 작전 때보다 유속이 훨씬 빠르고 시계가 전혀 확보되지 않아 그간 잠수 작전 사례 중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손으로 더듬어 실종자 확인

우리 측 잠수사 18명이 사고 현장에 떠 있는 바지선으로 장비를 옮기기 시작한 건 이날 오후 2시쯤이었다. 이미 현장 바로 위를 지나는 머르기트 다리 일부 구간은 헝가리 측이 일반인 통행을 통제 중인 상황이었다. 이날 오전 헝가리 측 민간 잠수사 2명이 먼저 수중 수색을 마쳤다. 송 대령은 헝가리 측 작업이 끝난 뒤 현장을 지키는 취재진을 지나면서 “오늘 우리 잠수 작업 과정을 잘 지켜봐 달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장비를 옮기고 헝가리 측으로부터 현장 상황을 인수인계한 우리 측 잠수사 2명은 오후 4시21분부터 10분 간격을 두고 순차 입수했다. 베테랑 잠수사로 구성된 우리 긴급구조대가 현지에 도착한 지 사흘 만이었다. 이들이 강바닥에 단단하게 고정된 사다리를 붙잡고 향한 곳은 허블레아니호의 좌현 선미 부근이었다.

유람선 침몰 사고 발생 일주일이 지난 4일 오전(현지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사고현장에서 대한민국 정부 합동 신속 대응팀과 헝가리 구조대가 함께 잠수사 선박에 천막을 설치하고 있다. 뉴시스

작전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한 송 대령 설명에 따르면 사고 현장은 말 그대로 ‘시계제로’였다고 한다.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진흙탕물이 눈앞을 가렸다. 잠수사 2명은 강물에 휩쓸리지 않도록 사다리를 붙은 채 손을 뻗으며 강바닥으로 향했다. 이 중 한 명이 그 과정에서 몸에 닿는 무언가를 느꼈다. 손으로 그걸 한참 더듬고 나서야 실종자인 걸 알았다고 한다.

송 대령은 실종자 수습 이후 브리핑에서 “우리 잠수사 작업 전 헝가리 측이 실종자로 보이는 물체를 오전 작업 중 확인했다고 언질해줬다”고 했다. 대강의 위치를 확인하고 작업을 시작했는데도 시야가 전혀 확보되지 않는 악조건 탓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인양 작업 연기 가능성?

이날 수중수색을 통한 실종자 수습으로 헝가리 정부가 당초 추진 예정이던 선체 인양 작업을 늦출 수 있지 않겠냐는 관측이 우리 신속대응팀 내부에서 나온다. 헝가리 측은 다뉴브강의 열악한 조건 탓에 잠수 작업이 성과를 보긴 어렵다는 판단 아래 이르면 6일 인양을 시작해 오는 9일까지 작업을 완료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유람선 침몰 사고 발생 일주일이 지난 4일 오전(현지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사고현장에서 헝가리 구조대가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우리 신속대응팀은 선체 인양 시 시신의 훼손, 유실 가능성이 크기에 가능한 한 잠수 작업을 통한 수습을 계속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종자 가족 또한 구조대원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전제 아래 인양 작업 이전에 잠수 작업을 통한 수습이 더 활발히 진행되길 바란다는 의견을 신속대응팀 측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대령은 “잠수 작업을 통해 수습한 사례가 생겼으니 앞으로 수습 사례가 더 늘어나면 헝가리 측에서 인양 이전에 선체 수색을 진행하는 방향으로 검토해볼 수 있지 않겠냐”면서 “구체적인 사안은 계속 헝가리 측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계는 여전히 좋지 않지만 다뉴브강 수위와 유속이 빠르게 안정화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헝가리 물관리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1시 기준 수위는 4.87m였다. 전날 같은 시간(5.38m)보다 0.5m 이상 줄어든 수치다.

 

부다페스트=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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