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남한과 북한 간 경제협력을 통한 평화경제체제’를 강조하며 지난달 초부터 불거진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및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국가 우대 리스트)에서 제외한 것을 극복하자고 발언하자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 주요 인사들이 6일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한국당 나경원 “文 대통령, 북 퍼주기 구실 만든 엉뚱한 솔루션 제시”· 정양석 “北 미사일에 면죄부 줘”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청와대는 엄중한 현실마저 부정하고 있다. 모래 속에 머리 박은 타조같은 어리석은 모습”이라며 “그 와중에 나온 대책은 우리민족끼리 잘해보자는 북한중독이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나 원내대표는 “반도체나 바이오, 자동차 등 첨단 산업과 관계없는 북한과 경협이라는 엉뚱한 솔루션을 갖고 나왔다”라며 “상상 속 희망과 실현가능한 대안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북한 퍼주기로 구실을 만들어 버렸다는 비판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정양석 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는 회의에서 “북한이 올해 두 번째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인 지난 5월 9일 문 대통령은 취임 2주년 인터뷰에서 ‘군사합의 이후 남북이 기존 무기체계 발달을 위한 시험 발사나 훈련은 남북 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는데, 문 대통령이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했다.
정 원내수석부대표는 “무장해제 하는 9.19 남북군사합의는 당연히 폐기하는 것이 우선순위”라며 “문 대통령의 평화경제에 대해 북한이 미사일로 답했다. 몽상에서 깨어나기 바란다”고 했다.
◆바른당 오신환 “남북경협 경제전쟁 해법 삼기에 상황 급박”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문 대통령의 평화경제 구상 관련 발언에 대해 “남북경협은 우리 경제의 활성화의 순기능이라는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남북경협을 경제전쟁의 해법으로 삼기에는 당장 상황이 너무 급박하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에 대해 “아베 총리는 사태가 장기화되면 될수록 일본 또한 큰 피해를 입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라며 “사태가 장기화되고 일본의 반성 없는 국가 이미지가 확산된다면 도쿄올림픽 등 일본의 야심 찬 계획에 악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른당 유승민 “소주성으로 경제 망치더니 평화경제로 국민 현혹” 하태경 “평화경제에 미사일로 화답한 북한”
같은 당 유승민 의원은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위 사진)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년간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사이비 이론에 빠져 우리 경제를 망쳐놓더니 이제는 평화경제라는 허무맹랑한 미사여구로 또 국민을 기만하고 현혹시키려 한다”라며 “북한을 절대 포기 못 하겠다고 버티고 하루가 멀다 하고 미사일 도발을 일삼는 북한과 도대체 언제, 어느 세월에 경제협력을 해서 일본을 이기겠다는 것인가”라고 반박했다.
유 의원은 “일본의 경제보복은 시작하지도 않았다”며 “일본의 보복이 시작되면 우리 주력산업들, 수많은 기업들과 국민들이 어떤 위기를 겪을지 모르는 마당에 북한과 협력하면 일본을 단숨에 따라잡는다니 대체 어떻게 이런 황당한 생각을 할 수 있나”라고 비난했다.
하태경 최고위원도 이날 페이스북 글(위 사진)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평화경제로 북한과 손잡고 일본에 이기자’는 몽상가적 발언에 굳이 야당이 비판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라며 “북한이 꿈 깨시라 하면서 새벽에 미사일로 직접 화답했다”고 비판했다.
하 최고위원은 “국민들은 대통령에 대해 정말 걱정이 태산 같다”며 “일본과 경제전쟁 여파로 주가는 폭락하고 환율은 폭등하고 있다. 게다가 불난 집에 기름 붓는다고 북한은 연이어 미사일에 방사포를 쏘아대는데 대통령은 대북 평화경제, 한심한 이야기나 하면서 뜬구름만 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남북 간의 경제협력으로 평화경제가 실현된다면 우리는 단숨에 일본경제의 우위를 따라 잡을 수 있다”라며 “평화경제는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에 굴곡이 있다고 해서 쉽게 포기 할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긴 세월의 대립과 불신이 있었던 만큼 끈질길 의지를 가지고 서로 신뢰를 회복해 나아가야 가능한 일”이라며 “평화경제야 말로 세계 어느 나라도 가질 수 없는 우리만의 미래라는 확신을 가지고 남과 북이 함께 노력해 나갈 때 비핵화와 함께하는 한반도의 평화와 그 토대 위에 공동번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남북 간 경제 협력을 통해 일본 발 경제 위기를 이겨내자고 주장했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사진=유승민, 하태경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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