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들을 겨냥해 방위비 증액과 무역 문제를 연계해 대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 기준에 맞춘 나토 회원국 정상들과의 업무오찬에서 “실제로 그들(2%를 채우지 못한 국가들)이 그렇게 하도록(2% 기준에 맞추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2% 기준에 못 미치는 다른 동맹국도 목표치를 달성하라고 압박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들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가 무역으로 그들을 걸 것(we’ll get them on trade)”이라고 강조했다. 방위비를 증액하지 않는 동맹국에 무역 보복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쪽이든 저쪽이든 어느 쪽이든 그들은 돈을 내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만나 미국과 유럽연합(EU) 사이에 무역 불균형이 심각하다고 지적하고, 독일에 방위비 지출을 늘리라고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에게 “우리가 수년 동안 매우 좋지 않은 불균형을 겪었고, 사실은 수십 년간 그랬으나 이제야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원하는 것은 단지 공정성뿐이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이 나토 회원국들 간 합의 사항인 GDP 대비 2% 방위비 지출 목표에 조금 미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는 내년 독일의 방위비를 1.4%까지 올리고, 2030년대 초반까지 2%를 달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유럽의 나토 회원국들과 캐나다가 방위비 예산을 전례 없이 늘리고 있고, 이로 인해 나토가 더 강력해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나토는 이날 29개 회원국이 참여한 정상회의를 마치면서 발표한 ‘런던 공동 선언문’에서 집단 방위체제 유지를 재확인하고, 중국의 도전에 공동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나토 정상들이 중국의 부상을 전략적 도전이라고 규정한 선언문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선언문은 “우리는 중국의 커지는 영향력과 국제 정책이 기회뿐 아니라 우리가 동맹으로서 함께 대처할 필요가 있는 도전을 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선언문은 또 유럽과 북미 사이의 대서양 유대와 집단 안보 원칙을 명시한 ‘워싱턴 조약’(나토 조약) 5조의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조약 5조는 나토 회원국 중 나라가 공격을 받으면 나토 회원국이 모두 공격을 받은 것으로 간주해 공동으로 대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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