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고령화가 지난 20여년 동안 실질금리를 3%포인트 떨어뜨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13일 발간한 BOK경제연구 ‘인구 고령화가 실질금리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노인 인구의 가파른 증가가 1995년부터 2018년까지 실질금리를 3%포인트 떨어뜨렸다고 분석했다. 실질금리는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값으로, 경제주체가 실질적으로 적용받는 금리를 말한다. 인구고령화는 인구 증가율 하락, 기대수명 증가 등으로 노령인구 부양비율(65세 이상 인구/20~64세 인구)이 상승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의 20∼64세 대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1995년 9.6%에서 2015년엔 19.4%까지 늘어났다.
권오익·김명현 부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일반적으로 인구가 고령화되면 소비가 줄어들고 저축이 늘어나는 경향이 커져 실질금리가 하락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고령화 효과가 한국의 실질금리 하락을 상당 부분 설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질금리는 1995년 9.0%에서 2018년 0.4% 안팎으로 8.6%포인트나 하락했다. 분석 결과 이 가운데 인구고령화 요인이 -3%포인트였다. 실질금리 하락의 약 3분의 1은 인구고령화 때문이었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저축률이 높아지면 금리는 낮아지는 데다 저출산으로 청년 인구가 줄면 경제의 기초체력인 잠재성장률이 낮아져 금리도 떨어진다. 금리는 장기적으로는 잠재성장률 추세와 함께 움직이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또 “기대수명 증가가 실질금리 하락에 미친 영향이 인구 증가율 감소로 인한 영향의 두 배”라며 “기대수명 증가로 인한 실질금리 하락분이 2%포인트라면, 인구 증가율 변화에 따른 낙폭은 1%포인트”라고 밝혔다. 기대수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 경제주체들이 즉각적으로 저축을 늘리려 하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향후 인구 고령화가 지속하면 실질금리가 지금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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