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평양 일대에서 작전을 펼치던 미 해군 항공모함 ‘시어도어 로스벨트’호가 승조원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발생으로 사실상 무력화함에 따라 이 지역에 ‘힘의 공백’이 발생했다. 미 해군은 행여 중국이 이 기회를 틈타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등에서 도발을 일삼을 것을 우려, 구축함을 보내 대만해협을 통과하게 하는 ‘초강수’를 뒀다.
12일 외신 등에 따르면 대만 국방부는 “미국 군함 1척이 대만해협을 북에서 남으로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미 해군은 홈페이지에 유도탄 구축함 ‘배리’호가 지난 10일 대만해협에서 훈련하는 사진을 게재했다. 미 해군 SNS도 “구축함 배리가 대만해협을 통과했다(transit)”는 게시물을 올렸다.
서태평양을 관할하는 미 해군 제7함대에 속한 배리는 탁월한 방공 및 대공 능력을 갖춘 이지스 구축함이다. 최신형 이지스 통합 전투체계를 구축해 적이 쏜 탄도미사일을 추적, 요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시에 항공모함이나 육상기지에서 출격한 적 항공기를 상대로 한 대공 전투 수행도 가능하다.
비록 구축함이지만 미사일로 무장한 전투기 수십대를 싣고 다니는 적 항공모함과 대적해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는 함정이란 평가를 받는 이유다.
미 해군이 중국의 강력한 반발을 예상하고서도 이처럼 중국과 대만 사이 좁은 해협에 구축함을 보내 통과시킨 것은 중국을 향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서태평양 일대에서 작전을 펼치던 항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는 승조원들 사이에 발생한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사실상 무력화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호는 서태평양의 미국령 괌으로 긴급히 철수, 응급 조치를 받고 있는 처지다.
더욱이 미 해군은 지금 장관도, 차관도 공석이어서 육군 차관이 장관 대행을 맡아 가까스로 이끌어가는 형국이다. 코로나19 집단감염에다 지휘부 공백 사태로 해군 장병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진지 오래다.
이를 틈타 중국 해군이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일대에서 슬슬 작전 반경을 넓히고 나섰다는 보도가 최근 CNN 등 외신에서 잇따라 나온 바 있다. 이번 구축함의 대만해협 통과는 미 해군이 여전히 건재하며 중국 해군이 오판을 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를 전달한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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