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문재인 정부가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테러’를 할지도 모른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범여권이 발끈하며 맹공격에 나섰다.
문제의 발언은 지난 11일 황 대표가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4·15 총선 유세를 하던 중 나왔다.
이날 황 대표는 핑크색 머리띠를 두른 채 유세 도중 “우리가 열심히 하려고 하지만 불법·탈법의 무능한 정권이 별별짓을 다 한다”며 “이 정부는 자기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테러를 할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황 대표는 “이미 한 것을 보지 않았나”라며 “국민들이 힘을 모아줘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황 대표의 발언은 통합당 후보로 나선 오세훈 전 서울시장 측이 유세 도중 물리적인 공격을 받은 해프닝과 관련해, 정부와 여당 향한 음모론을 편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서 차량 선거운동을 하는 오 전 시장을 향해 한 남성이 미리 준비한 흉기를 들고 접근을 시도했다가 경찰에 제지당한 일이 있었다. 이 남성은 11일 구속됐다.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 없는 이러한 사건에 황 대표가 음모론을 제기하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범여권은 잇따라 논평을 내고 강하게 비판했다.
현근택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황 대표가 정부를 향해 막말과 가짜뉴스를 쏟아냈다”며 “최근 자당 후보들의 막말 관련한 대국민 사과가 상황을 모면하려고 한 ‘정치쇼’에 불과한 것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황 대표가 최근 미래통합당 일부 후보 유세 도중 일어난 폭행 사건을 마치 정부가 사주한 것처럼 말한 것”이라며 “황 대표는 정부가 테러를 했고, 앞으로 테러를 할지도 모른다고 한 근거가 무엇인지 국민 앞에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 대변인은 이어 “공당의 대표가 앞장서서 가짜뉴스로 총선용 공작정치를 주도하고 있는 모습에 국민들은 절망하고 있다”며 “근거 없는 '정부 테러' 주장으로 국민 불안과 공포심만 야기하는 황 대표는 대선 후보는커녕 국회의원이 될 자격도 없다”고 힐난했다.
김홍일 더불어시민당 부대변인도 논평에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정부를 테러단체로 지목하는 듯한 망언을 했다”며 “(또다시) 세 치 혀를 또 가볍게 놀린 것”이라고 비판에 가세했다.
김 부대변인은 “황 대표의 ‘정부 테러’ 운운이 악성인 이유는 이 망언이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무너뜨리려는 악의적인 시도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 국민이 정부를 믿고 하나 되어 대응하고 있는 비상시기에 정부를 테러단체로 비하한 황 대표의 망언이야말로 대한민국에 대한 테러라고 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도 이날 오후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청역 앞 정춘숙(용인병) 후보 지원유세에서 황 대표를 겨냥했다.
이 위원장은 “막말이 잘못된 거라 말했던 지도자도 오늘(어제) 막말, 누굴 믿겠는가"라며 "이러면 안되지 않겠는가”라면서 “이렇게 위부터 아래까지 모두 막말을 계속 한다면 이제 방법은 하나뿐이다. 수지구 주민 여러분을 비롯한 국민 여러분이 그 집단을 몽땅 혼내드리는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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