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찾은 경기 성남의 네트워크 장비업체 에치에프알(HFR)의 연구소에서는 다양한 5G(5세대 이동통신) 프런트홀 장비가 가동되고 있었다. 미국의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장비도 보였다. 미국 현지와 같은 조건으로 장비를 구축해 진행 상황이 각종 그래픽으로 모니터에 출력됐다. HFR의 이종민 부본부장은 “미국 현지에서 이상이 생기더라도 한국에서 원인을 찾아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00년 SK텔레콤의 사내벤처로 첫발을 내디딘 HFR은 어느덧 임직원 700여명의 어엿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수출 길도 미국과 일본, 말레이시아 등 세계 각지로 확대됐다. SK텔레콤과 HFR의 첫 합작은 2001년 IMT2000 사업이었다. 2G까지는 음성 위주의 통신이었지만, IMT2000부터 데이터 통신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이후 양사는 LTE(4G) 상용화를 앞두고 무선(RF) 중계기와 인빌딩용 소형 중계기 등을 공동 개발해 통신망에 적용했다. SK텔레콤은 2015년부터 국내 기업들과 협력해 3G부터 5G까지 통합해 수용할 수 있는 ‘5G-PON’ 솔루션을 개발했다.
현재 세계의 네트워크 장비 시장은 에릭슨과 화웨이,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들이 장악해 중소기업은 진입 자체가 어렵다. 그러나 우리 통신업계가 LTE와 5G를 연이어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면서 국내 중소기업들에도 조금씩 기회가 생겼다. HFR의 류지영 센터장은 “세계적인 통신사인 SK텔레콤과 네트워크를 구축한 성과가 없었다면 해외 진출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과 협력을 지속하며 무선과 유선에서 역량을 축적한 것은 HFR의 지속가능성을 끌어올리는 데 큰 힘이 됐다.
HFR 관계자는 “중소기업 입장에서 별도로 구축하기 힘든 교육 인프라를 공유하는 등 다양한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며 “오랜 협력에 기반한 동반 성장이 기업 가치 제고에도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성남=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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