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백인 경찰의 강압적인 체포 도중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부검 결과 ‘명백한 살인’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1일(현지시간) CNN방송 등이 전했다.
미 미네소타주 헤너핀카운티 검시관은 이날 보고서에서 플로이드의 사인이 “경찰관의 제압과 억압, 목 압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심폐 기능의 정지”라며 그의 죽음을 ‘살인’으로 분류했다. 미국심장협회는 심폐 기능 정지를 갑작스러운 심장 기능의 상실로 규정하고 있다.
앞서 외상에 의한 질식이나 교살의 증거를 찾지 못했다던 예비 부검 결과를 180도 뒤집은 것이다. 헤너핀카운티 검시관은 “경찰에 제압된 상황, 기저질환, 그의 몸속에 혹시 있었을지 모를 알코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 사망한 것 같다”고 최초 결론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최종 검시 결과는 경찰관들이 플로이드의 목과 등을 무릎 등으로 찍어누른 행동이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진단한 것이다.
플로이드의 유족들 역시 경찰관들이 플로이드의 죽음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는 독자적인 부검 결과를 이날 내놨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전했다. 유족의 의뢰로 부검한 전 뉴욕시 검시관 마이클 베이든은 “‘지속적인 압박으로 인한 질식’이 사망 원인인 것으로 드러났다”며 플로이드가 살인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가 이미 병원으로 가는 앰뷸런스 안에서 심폐소생술이나 심장 충격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플로이드 유족 측은 이미 3급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경찰관 데릭 쇼빈 외 다른 2명의 경찰관에게도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플로이드 유족 측 변호인인 벤저민 크럼프는 “의심의 여지 없이 해고된 경찰관 쇼빈이 목에 가한 압박, 또 다른 경찰과 2명이 가한 압박이 없었더라면 오늘 플로이드는 살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인 안토니아 로머누치는 “플로이드의 목을 누른 무릎뿐 아니라 그의 등을 누르고 있던 다른 경찰관 2명의 체중도 사망의 원인”이라며 이들이 플로이드의 뇌로 혈액과 공기가 흘러가는 것을 막았다고 설명했다.
백인 경찰관 쇼빈에게 3급 살인 혐의가 적용된 것을 두고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CNN방송에 따르면 미국 대다수 주에서는 살인죄를 1급과 2급으로만 분류하지만, 미네소타주는 좀 더 가벼운 사안에 대해 3급 살인죄를 적용하고 있다. 미네소타주 검찰은 쇼빈에게 살인의 고의성이 없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미네소타 주법을 보면 3급 살인은 “다른 사람에게 대단히 위험한 행동을 저지르고 인간의 생명에 대한 존중 없이 ‘타락한 마음’(depraved mind)을 분명히 드러냄으로써” 누군가의 죽음을 촉발한 경우로 정의된다. 3급 살인으로 유죄가 인정되면 최대 25년 이하의 징역이나 4만 달러 이하의 벌금, 또는 징역형과 벌금형을 모두 선고받을 수 있다. 쇼빈에게 더해진 2급 과실치사(manslaughter)는 “지나친 위험을 창출하고 다른 사람에게 사망 또는 심각한 신체적 위해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을 의식적으로 하는 경우”에 적용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유죄 인정 시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2만 달러 이하의 벌금형, 또는 두 가지가 모두 선고될 수 있다.
전직 연방검사인 폴 버틀러 조지타운대 법학교수는 WP 기고문에서 “많은 사람에게 쇼빈을 3급 살인과 2급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한 게 불충분해 보일 것”이라면서도 “사법정의를 향한 합리적 단계”라고 평가했다. 버틀러 교수는 “전직 검사로서 경찰관에게 유죄 선고를 끌어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다”면서 “2005년 이후 100여명의 경관이 공무집행 중 살인으로 기소됐으나 대부분은 걸어 나왔다. 공소가 기각되거나 무죄판결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쇼빈 경관 외에 플로이드 체포 현장에 함께 있던 3명의 다른 경관도 이번 사망 사건으로 해임됐으나, 아직 기소되지는 않은 상태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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