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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의 첫 검찰총장으로 임명된 문무일 총장은 여권으로부터 검찰개혁에 대한 압박을 심하게 받았다. 문 총장은 2017년 7월 취임하자마자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일부 시국사건 등에서 적법절차 준수와 인권보장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는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는 “이제는 검찰의 모습이 바뀐다는 것을 보여드려야 한다”며 검찰 자체 개혁방안으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이하 수사심의위) 제도 도입을 예고했다.

2018년 1월부터 가동된 수사심의위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 수사의 적정성을 평가한다. 검찰총장 직권 또는 일선 검사장 요청으로 소집할 수 있고 고소인이나 피의자도 신청할 수 있다. 일반 시민들로 구성된 검찰시민위원회가 수사심의위 개최를 결정하면, 변호사·교수·언론인 등 외부 법조 전문가 250명으로 이뤄진 수사심의위가 기소 여부,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을 논의한다. 검찰 기소독점주의의 드문 예외다. 검찰 수사팀보다는 상대적으로 여론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 구조다.

문 총장은 2018년 4월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성추행·인사보복 의혹이 확산되자 이 사건에 대한 외부 의견을 듣기 위해 수사심의위를 소집했다. 수사팀은 당시 수사심의위의 의견에 따라 안 전 국장을 구속기소했다. 반면 2018년 10월 제천스포츠센터 화재참사 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수사 받은 소방 지휘부에겐 수사심의위가 불기소 권고를 했다. 약 2년간 수십건의 신청 중 수사심의위의 최종 판단을 받은 사례는 8건이다. 수사심의위가 낸 결론에 반하는 검찰 처분은 아직 없다고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일 자신의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사건의 기소 타당성을 판단해달라며 서울중앙지검에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했다. “이 사안이 과연 기소할 만한 사건인지를 검찰이 아닌 전문가와 시민들이 판단해달라”며 ‘마지막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이 부회장의 절박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심의위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어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개혁하겠다며 만든 수사심의위의 존립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건 모양이 사납다.

채희창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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