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대권주자 중 한 명인 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당대표 임기 완주' 카드를 통해 오는 8월에 열리는 전당대회 출마 결심과 동시에 차기 대선 불출마 의사를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대권 도전을 위해 임기 시작 7개월 후 대표직에서 중도 사퇴할 수밖에 없는 이낙연 의원과 차별화를 택해 이른바 '1:1 당권 대결' 구도를 만들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김 전 의원은 이날 당권 도전을 준비 중인 우원식 민주당 의원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나 정권 재창출과 공정한 대선주자 관리를 위해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우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의원과의 대화 내용을 대부분 부인하면서도 "(전당대회가) 대선의 전초전처럼 되는 것에 불편하다는 얘기를 했다"고 김 전 의원의 당권 도전 결심을 사실상 인정했다.
김 전 의원은 당내 다른 당권 주자로 꼽히는 홍영표 의원도 차례로 만나 당권 도전에 대한 결심을 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의원의 이런 행보는 이번 대선에 직접 뛰어드는 것보다 다음을 준비하는 것이 실익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전 의원이 차기 대선 출마를 사실상 포기하면서 2년간 당을 지휘하고 정권 재창출과 동시에 거대 여당의 안정적 운영을 보여줘 차차기 대선의 발판으로 삼는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미 김 전 의원 주위에서는 대선 출마는 차차기로 미루고, 당대표부터 하며 입지를 넓히고 지지율을 올려야 한다는 의견들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김 전 의원 측은 당대표 임기를 채우지 않고 차기 대선에 출마하는 일은 없다고 줄곧 밝혀왔다.
김 전 의원 측 핵심 관계자는 지난 4일 뉴스1과 통화에서 "당대표가 되면 당이 정권을 재창출하는 데 최우선 목표를 둔다는 게 지금까지 우리 입장이었다"며 "김 전 의원의 성격상 7개월 뒤에 대선 출마를 위해 대표직을 던지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김 전 의원의 이런 결심이 이 의원과 경쟁 구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대선 출마가 당대표 도전에 문제가 되는 것은 민주당 당헌의 대권·당권 분리 조항에 따라 2022년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대선 1년 전인 내년 3월 사퇴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막대한 선거 비용과 전 당원이 투입되는 전당대회를 7개월 만에 다시 치러야 하는 상황을 두고 대선주자의 당권 도전에 대한 당내 비판의 목소리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177석 거대 여당으로서 대표의 책임이 더욱 엄중해진 데다, 코로나19 국난극복에 매진해야 할 당 리더십이 대권 도전 시간표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에서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플레이어(대선 주자)가 전당대회에 도전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정권 재창출에 밀알이 돼야 할 사람이 당권이 잡는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여권 내 정세균 국무총리 측근 그룹인 'SK(세균)계'가 당권과 대권 시나리오에 잇따라 회자되는 것을 경계하며 언행을 무겁게 하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정 총리 측근 인사들은 정 총리가 주도한 조찬 공부모임인 '광화문 포럼' 일정을 연기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정 총리는 17대 국회부터 주도한 '서강포럼'이라는 공부 모임을 20대 국회에서 '광화문 포럼'으로 개편했다. 현재 포럼 멤버는 40여명 수준이다.
SK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뉴스1과 통화에서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코로나19로 엄중한 시국에 정 총리까지 거론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또 다른 의원도 "정부나 여당이 엄중한 책임의식을 가지고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일하고 있는데, 자꾸 대권과 당권 선거에 전·현직 총리가 호출되는 것이 국가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며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열심히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기 위해 애쓰시는 상황 아니겠나. 당권·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이낙연 전 총리도 부담스러워 하시는 것 같다"고 했다.
정 총리는 김부겸 전 의원과 연합설이 거론된 4일 그간 풍문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내비쳤다.
그는 페이스북 글을 통해 "최근 나를 둘러싼 이런저런 보도 때문에 마음이 무겁고 안타깝다. 코로나19 방역에 온 힘을 쏟아도 모자랄 판에 무슨 정치 행보나 하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전적으로 억측이고 오해다. 대권이니 당권이니 아무런 상관도 없고 관심을 가질 겨를도 없다"고 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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