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거듭된 대남 도발로 남북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옥류관 냉면 막말’까지 나오자,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이런 수모·모욕을 만든 건 미국”이라고 주장했다.
정 부의장은 15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북한 옥류관 주방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국수 처먹을 때는 요사 떨더니’라고 막말한 것과 관련해 “지금까지 여러 예를 볼 때 미국에 책상치고 고함지를 수 있는 용기가 없으면 남북관계는 한 발짝도 못 나간다”며 “그게 우리 운명이지만, 그렇게라도 한 발 나가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부의장은 “우리 정부가 지금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해서 북한에 이런 수모·모욕을 당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만든 것은 사실 미국이었다”라고 말했다. 미국이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에 제동을 거는 바람에 북한 주방장이 대통령에게 막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정 부의장은 “미국 할 말은 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수야당이나 언론에서는 ‘김여정이 한마디 하니까 찍소리 못한다’, ‘시키는 대로 한다’(고 정부를 공격하는데) 이렇게 만든 건 미국”이라며 “미국에 할 말은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부의장은 최근 북한 권력상황에 대해 “김 부부장이 확실하게 2인자로 올라서 군부까지 거느리게 됐다”며 “그동안 부자간 권력을 주고받았는데 김정은 자녀들이 너무 어려 도리 없이 김여정이 넘버2로 올라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김 부부장 담화문에 담긴 ‘나는 위원장 동지와 당과 국가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사용해 대남 적대 사업 연관 부서에 다음 행동을 지시하였다’라는 부분을 의미있는 대목으로 짚었다. 그는 이를 근거로 들어 “그동안 (김여정을) ‘김정은의 입’ 정도로 알았는데 군을 지휘할 정도가 됐다”며 “이는 사실상 2인자뿐만 아니라 법적이고 정치적인 공식적 2인자로 지금 올라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김여정 부부장은 지난 3월3일 밤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는 담화를 발표하며 북한 화력전투훈련에 유감을 표명하며 청와대를 저격했다. 이후 지난 4일 담화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탈북민을 ‘쓰레기’, ‘똥개’ 등 거친 표현을 써가며 불쾌감을 드러낸 데 이어 남측이 제대로 조치하지 않는다면 금강산 관광 폐지, 개성공업지구 완전 철거, 납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까지 갈 수 있다며 경고했다.
또 지난 13일 담화를 통해 대적(對敵) 행동 행사권을 군부에 넘겼다며 무력도발을 시사하는가 하면, 남북연락사무소에 대해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폭파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렇듯 대남 비난 수위가 날로 높아지는 가운데, 북한의 대외선전 매체 ‘조선의 오늘’은 최근 오수봉 옥류관 주방장이 문 대통령을 향해 “평양에 와서 이름난 옥류관 국수를 처먹을 때는 그 무슨 큰일이나 칠 것처럼 요사를 떨고 돌아가서는 지금까지 전혀 한 일도 없다”고 막말한 내용을 전하며 우리 정부를 자극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9월19일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에 방문했을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내외와 옥류관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냉면 오찬’을 함께한 바 있다.
한편 최근 북한의 대남 도발이 위험 수위에 달했다고 판단한 청와대는 김 부부장의 3시간 뒤인 14일 자정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 화상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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