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느는데 아파트 입주물량은 ‘뚝’
“정부, 도시개발 규제 완화 고민해야”
수도권 대부분의 지역을 규제로 묶으면서 공급 확대라는 출구 전략을 제시하지 못한 6·17 부동산대책의 후폭풍이 만만찮다. 20일 정부가 서울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카드를 사실상 거둬들이면서 유휴부지 활용 등을 통한 다른 주택공급 방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이 경우 충분치 못한 물량이 한계로 지적된다.
이날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민등록상 총인구 5185만명 중 4759만명이 도시지역에 거주한다. 전체의 91.8%에 해당된다. 수도권 인구는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사상 처음 전체 인구의 50%를 넘어섰다. 1970년 인구통계 집계 이후 처음이다. 직업과 교육여건 등의 영향이다. 주목되는 건 지난해 수도권 순유입 인구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95%이고, 이 중에서 20대가 91%였다는 점이다. 인구가 감소하지만, 주택 수요는 생각보다 줄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한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서울로 모여드는 이들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선 기존 도심의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개발사업 활성화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6·17 대책에서 안전진단에 대한 구조적 독립성을 강화하고, 조합원이 분양 신청을 하기 위해서 2년 거주 요건을 채우도록 하는 재건축 규제강화 대책을 추가했다. 기존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분양가상한제 등까지 적용되고 있어 서울 유력 입지에서 정비사업 추진 가능성은 더욱 낮은 현실이다. 서울시가 그린벨트 해제를 막기 위해 강남구 은마아파트 등 노후 아파트단지에 대한 규제 해제를 건의한 것도 받아들이지 않았을 정도로 정부의 도시개발사업에 대한 입장은 완강하다. 재건축, 재개발을 통한 개발이익이 해당 단지와 주변 지역의 집값을 불안하게 하는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한다는 공공재개발에 대한 기대도 크지 않다. 개발이익이 대부분 환수되는 공공재개발은 그 과정에서 이주 등을 겪어야 하는 원주민에게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해 선뜻 받아들이는 지역이 별로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부가 규제에 집중해 계속해서 확실한 공급확대 신호를 내놓지 못할 경우 서울의 주택난은 더욱 심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상·하반기 각각 2만가구 이상으로 예상되는 서울의 아파트 입주물량은 내년부터 1만세대 이하로 떨어진다. 3기 신도시 등이 부족한 서울의 아파트를 채울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서울 입주 수요가 경기도 외곽의 신도시로 얼마나 스며들지 의문이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 소장은 “서울에서 주택을 공급할 확실한 방법은 재건축, 재개발이 유일하지만 이게 불가능할 경우 역세권 고밀도 개발이나 도심주변 유휴부지 발굴, 가로주택 정비사업 활성화, 35층 층수 제한 해제 등을 적극 고민해야 한다”며 “다만 이들 지역은 입지 부분에서 한계가 크기 때문에 서울 입주 수요를 모두 만족하게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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