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과 경기도를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폭발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상황을 두고 방역당국이 지난 2∼3월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발 대구·경북지역 집단감염 사태 때보다 ‘훨씬 더 큰 위기’라며 우려를 드러냈다. 당시 유행하던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현재 유행 중인 바이러스의 전파력이 더 높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부본부장은 18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 서울·경기지역에서, 특히 사랑제일교회에서의 코로나19 환자 발생 규모가 매우 크다”면서 “지금은 지난 2∼3월의 신천지 집단 발생 당시보다 훨씬 더 큰 위기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부본부장은 “지금 이 순간 신속한 대응, ‘철저한 거리두기’가 필요하다”며 “자칫 방역에 대한 협조가 늦어진다면 미국이나 유럽 각국의 비참한 ‘대유행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은 그런 위기로 빠져들 수 있는 문턱에 서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권 부본부장은 현 상황과 관련해 인구 2500만명이 밀집한 수도권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고, 교회 내 감염이 지역사회 곳곳으로 전파되고 있는 데다 확진자 중 감염병에 취약한 고령자가 많다는 점 등을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방대본에 따르면 최근 확진자가 급증한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 중 60대 이상 비율은 38% 정도다. 권 부본부장은 “이번 주에 서울·경기지역의 확산세를 막지 못한다면 수도권뿐아니라 전국의 일상이 멈출 수 있고, 노약자의 안전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방역당국은 특히 교회 방문이나 지난 15일 광복절을 맞아 열린 대규모 집회 등에 참가하려 수도권에 모였던 타지역 거주자를 통해 코로나19가 전국으로 확산할 위험이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교회나 집회를 찾았던 사람이 불특정 다수인 만큼, 이들을 추적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당국은 부연했다.
이뿐 아니라 현재 수도권에서 유행하는 바이러스가 신천지 사태 때보다 전파력이 높은 것으로 추정되는 유형이라는 것도 방역당국이 이번 유행을 훨씬 더 큰 위기라고 보고 있는 한 요인이다. 권 부본부장은 “이번 수도권 유행은 지난 신천지 유행과 달리 바이러스의 전파력이 높은 ‘GH형’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GH형은 미국과 유럽에서 유행한 바이러스인데, 국내에서는 5월 초 서울 이태원 클럽발(發) 유행 때부터 이 유형의 바이러스가 대부분 발견되고 있다. 이 바이러스는 신천지 관련 유행에서 발견됐던 ‘V형’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6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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