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지속해서 의과대학 본과 4학년 학생들의 의사 국가고시(국시) 재응시 기회 부여를 촉구하는 데 이어 일부 의대생들이 사과 입장이 담긴 청와대 국민청원이 게재하고 동의를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의대생 구제 대책을 내놓는 건 형평성·공정성 위반”이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며 불가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앞선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시 접수를 취소했던 의대생이 국민께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의사 국시 접수 취소했던 학생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국시 거부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응시 기회가 여러 번 있었지만, 자발적으로 시험을 치지 않기로 했던 학생들이 지금에 이르러서야 ‘정부의 대승적 결단을 기다린다’고 하는 모순적 태도를 보이니 국민께서 이를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 또한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의료 공백은 단순히 1년에 그치지 않는다. 인턴이 채워지지 않은 1년은 레지던트 1년 차의 공백을 야기하고, 이러한 악순환은 5년이 넘는 장기간에 걸쳐 의료 체계에 큰 타격을 주게 된다”며 “학생들이 더 큰 우를 범하지 않을 수 있도록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시기를 간청드린다”고 했다.
이같은 청원이 등장한 것과 관련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7일 “인터넷에 나온 것을 봤다. 진정어린 사과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의대생 몇 명의 사과만으로 (국시 재시험 기회 부여에 대한) 국민 수용성이 높아질 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사 국시 및 의료인력 수급 대책을 묻는 질의에 “같이 고민해나가면서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복지부도 이날 브리핑에서 국시 재응시 문제와 관련 ‘추가 시험 불가’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창준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국시 재응시에 대한 정부 입장은 현재 별다르게 달라진 점이 없다”"고 밝혔다.
이 정책관은 국민청원 글과 관련해 “청원 게시글이 그렇게 올라왔다고 하더라도 현재로서는 그로 인해 (국시 재응시에 대한) 국민들의 양해를 구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며 “게시글에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자료나 정보도 없다. 그래서 그 게시글을 누가 올렸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정책관은 의대생 상당수가 올해 의사 국시에 응시하지 못하면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도 인턴·공보의 부족 문제에 대해서는 “의료 공백이 최소화되도록 운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인턴·공보의 부족 문제에 대해 박 장관은 “공보의가 400명 정도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가능한 합의 속에서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지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의료진 부족에 대한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지역별로 공보의가 필요한지 여부 등을 검토해 대책을 마련하는 등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인턴이 하는 역할을 레지던트가 일부 맡을 수 있고 전문간호사들도 일부를 대체할 수 있도록 또 더 나아가 입원 전담의를 대폭 늘려서 인턴이 하는 역할을 대체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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