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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공수처는 기소권 없었다’… 견제 없는 '文 공수처' 논란

입력 : 2020-12-10 14:26:58 수정 : 2020-12-10 17: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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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공수처 수사·기소권 모두 갖고 있어
향후 수사 공정성 시비 끊이지 않을 것 지적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비리범죄수사처(공수처)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견제 받지 않는 권력기관이 탄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수처장을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는 만큼 공수처장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하는 방안으로 야당의 공수처장 거부권(비토권)이 보장됐지만, 이번 개정안을 통해 야당의 견제 수단이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이다. 특히 노무현 정부 당시 추진됐던 비슷한 성격의 ‘공직부패수사처’의 경우 기소권 없이 설계됐지만, 문재인표 공수처는 수사 및 기소권을 모두 갖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수사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10일 국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 본회의에 상정한 개정안의 핵심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총 7명 중 6명 이상이 찬성해야 최종 후보 2명을 추천할 수 있다’는 예전 조항을 수정해 ‘재적 위원 3분의 2 이상(5명 이상)’이 찬성하는 조건으로 기준을 낮춘 것이다. 야당 몫 추천위원 2명이 동시에 반대하더라도 여당 몫 추천위원 2명과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협 회장 등 당연직 추천위원 3명이 찬성하면 최종 후보를 의결할 수 있게 된다. 야당이 반대하더라도 공수처장 최종 후보를 선출할 수 있게 돼 사실상 야당의 거부권이 사라진 셈이다. 

 

당초 야당에게 공수처장 후보 선출에 있어 강력한 거부권을 줬던 건 그만큼 치열한 협상을 통해 공수처장을 선출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지난한 과정을 통해 공수처장을 뽑더라도 여야 합의로 선출됐다면 근거 없이 수사에 이의를 제기할 소지가 낮아지기 마련이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도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야당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공수처장이 될 수 없다’고 말하는 등 공수처장 임명에 있어 여야간 합의의 중요성과 정당성을 인정하기도 했다. 

 

민주당 측은 공수처 출범을 고의로 막기 위해서 국민의힘이 어깃장을 놓고 있어 어쩔 수 없이 개정안을 만들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민주당 측이 야당과 협상 자체를 시도하지 않고, 아예 여당에 편향적인 제도를 만들어 쐐기를 박은 건 오히려 공수처장의 권위와 독립성을 저해하는 불씨가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금태섭 전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집권세력은 야당 눈치 보지 않고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이나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공수처장으로 임명할 수 있다”고 한 것도 이러한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이런 공정성 시비는 개정안에 부여된 공수처의 권한이 예전 비슷한 법안과 비교했을 때 막강하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스럽다는 지적이다. 공수처장 임명부터 수사 개시와 기소 과정에 견제 수단이 사실상 없는 만큼 수사 전 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공수처가 하는 대형 수사가 국민적 피로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노무현 정부 당시 설계됐던 공직부패수사처의 처장과 지금의 공수처장을 비교하면 그 권한과 위상의 차이가 현저하다. 공수처 신설을 공약으로 내세운 뒤 취임한 노무현 정부는 2004년 9월 ‘공직부패수사처의 설치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노무현 때 정부안과 비교하면 지금의 공수처는 훨씬 막강한 권한을 가진다. 가장 큰 차이는 노무현 정부 때 추진됐던 공직부패수사처가 기소권을 갖지 않았다는 점이다. 해당 법안을 보면 ‘공직부패수사처에서 수사한 사건은 무혐의 사건이라 하더라도 이를 지체없이 관할 검찰청 등에 송치한다’고 규정한 뒤 그 이유로 ‘검찰이 공직부패수사처에 대한 통제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함’이라고 명시했다. 반면 현재 공수처는 수사 개시 및 공소권을 모두 갖고 있다. 어떠한 견제도 받지 않고 사건을 처리할 수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이 지난 9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울러 다른 수사기관과 관계에 있어서도 공직부패수사처는 ‘국회, 감사원, 대검찰청, 국방부는 공직부패수사처에서 수사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사건에 대해서는 공직부패수사처에 의뢰할 수 있다’고만 명시했다. 하지만 공수처는 다른 기관이 진행하고 있는 수사의 이첩을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검찰 등은 고위공직자범죄와 관련해 인지한 (기초) 사실을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자는 게 검찰개혁의 목표였다면, 공수처는 (수사·기소권을 모두 가진) 새로운 검찰청을 만든다는 것이기에 개혁과는 다른 방향”이라면서 “권한의 월권·남용을 막기 위한 컨트롤 장치가 있어야 하는데, (법이 통과되면) 공수처에는 그 장치가 없다. 공수처가 독립되지 않으면 무서운 괴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희경·이강진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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