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며 정부가 잇따른 집합금지·영업제한 조치를 내놓자 일부 체육관과 자영업자들이 형평성 논란을 제기하며 ‘방역 불복’ 선언 대열에 참여하고 있다. 호프집·PC방업주 등도 적절한 손실 보상책 없이 제한 사항만 강제하는 등 기본권을 침해받았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지난달 3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실내 체육시설도 제한적, 유동적 운영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이 청원은 5일 낮 12시 현재 19만6000명이 동의했다. 필라테스, 피트니스 사업 관계자들은 이날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4월 첫 거리두기 영업 제한 정책부터 식당, 카페, 목욕탕은 일부 영업을 허용하면서 체육시설에만강력한 잣대를 대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국헬스클럽관장협회는 수도권에서 300곳 이상이 정부의 방역 조치에 불복해 문을 연 것으로 추산했다. 노래방·호프집·PC방 등도 반발 대열에 가세했다. 광주광역시에 있는 유흥업소 700여 곳은 5일 오후부터 간판을 켜고 가게 문을 여는 등 단체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영업은 하지 않더라도 정부의 부당한 방역 조치에 항의하기 위한 것이다.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맘상모),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전국가맹정주혐의회 등 단체는 이날 헌법재판소에 서울시 집합제한조치 고시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이번 청구에는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민생경제연구소,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등이 함께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적법한 행정명령에 따른 재산권의 제한이 이뤄지면 이에 대한 손실 보상이 이뤄져야 하지만, 현행 감염병예방법에는 그러한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고 지자체장 고시에서도 손실 보상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최대 300만원의 3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나 이들은 매출 손실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한데다 하루 확진자가 1000명을 넘나드는 확산세가 수그러들고 있지않는데도 거리두기 강화 조치로 정부가 자영업자를 비롯해 국민들에 ‘인내’만 주문하는 상황이 이 같은 ‘방역불복’을 초래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겨울철 확산에 대비해 보다 강도 높은 방역 대책을 요구했으나 ‘K방역’을 자화자찬하다가 실기한 셈이다.
그나마 ‘K방역’이 국제사회에서 평가를 받은 것은 어디를 가든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 덕분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백신 확보 전쟁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늦었고 확진세도 누그러뜨리지 못했다.
그 사이 생업의 존폐에 몰린 자영업자들이 결국 인내심을 잃고 길거리로 나선 것이다. 정부 책임이 크다. 거리두기 조치의 형평성 논란을 조기에 해소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 지적하는대로 지금이라도 3단계 강화를 통해 ‘짧고 굵은’방역 조치를 시행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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