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0달러 지폐 앞면에 새겨진 앤드루 잭슨 전 대통령의 얼굴이 퇴출될 전망이다. 잭슨 전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영웅으로 삼던 인물인데, 조만간 흑인 인권에 헌신한 여성 운동가의 얼굴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추진되던 20달러 지폐의 얼굴 교체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좌절됐고,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 다시 추진되고 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5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20달러 지폐 앞면 인물 교체와 관련해 “재무부가 해리엇 터브먼을 20달러 지폐 앞면에 넣으려 다시 조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키 대변인은 특히 “우리의 지폐, 우리의 화폐가 우리나라의 역사와 다양성을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고 20달러 지폐에 터브먼이 들어가는 것은 분명히 (역사와 다양성의) 반영”이라면서 “(20달러 지폐 앞면 인물 교체에) 속도를 내기 위한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터브먼은 19세기 노예 탈출에 헌신한 흑인 여성 운동가다.
2016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잭슨 대신 터브먼의 얼굴을 20달러 지폐 앞면에 넣는 방안이 추진됐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들어 제동이 걸렸다. 당시 스티븐 므누신 전 재무장관은 “2028년까지 20달러 지폐가 교체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잭슨 전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영웅이기도 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시 집무실에 잭슨 전 대통령의 초상화를 걸어두며 애정을 나타냈다. 잭슨 전 대통령의 무덤과 생가를 방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잭슨 전 대통령은 노예제를 유지한 것은 물론 백인 정착을 위해 원주민을 보금자리에서 무자비하게 몰아내는 정책을 펼친 인물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잭슨 애호’가 트럼프 백악관의 인종주의를 상징한다는 평가가 나온 배경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20달러 지폐 앞면을 터브먼의 얼굴로 교체하는 데 반대했다. 당시 “터브먼으로의 교체는 환상적”이라면서도 “2달러에 터브먼의 얼굴을 넣자”고 비꼬았다. 2달러 지폐는 2003년을 마지막으로 더이상 발행되지 않는 수집용 지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달러 지폐 앞면 얼굴 교체 시도를 ‘정치적 결벽증’으로 폄하하기도 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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