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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득권 사수 vs 철옹성 입성’… 정규직·비정규직 충돌 [연중기획-끊어진 계층이동 사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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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5-09 13:00:00 수정 : 2021-05-09 13:4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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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갈등구조 전통적 ‘노사’서 ‘노노’로
문재인정부 정규직 전환 약속 이후 심화
‘인국공사태’ 땐 취준생들까지 논란 가세
“노노갈등 계층 이동 어려워져 생긴 현상
정규직 보호 완화·비정규직 생산성 높여야”
지난해 7월 7일 인천시 중구 인천공항공사에서 공사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한 항의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계층 간 칸막이가 공고해지면서 일터에서의 갈등 구조가 전통적 ‘노사’에서 ‘노노’로 이동하고 있다. 기득권 사수에 나선 정규직과 철옹성 입성을 바라는 비정규직이 충돌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과보호받는 정규직과 거대 노조의 힘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본다.

4일 노동계 등에 따르면 문재인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약속한 이후 노노 갈등은 끊이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12일 취임 후 첫 외부 일정으로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를 찾아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다.

이후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실태를 특별 조사했고, 고용노동부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정부는 공공기관 비정규직 31만6000명 중 64.9%인 20만5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정부 발표가 나오자 비정규직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이 인국공을 방문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서울대 비학생 조교들은 무기계약직 전환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같은 해 8월에는 기간제 교사들과 서울교통공사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다.

 

정규직의 반발도 거셌다. 서울대 정규직 직원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경쟁으로 들어와 비교적 수월한 업무를 하면서 같은 대우를 받겠다고 하는 것은 욕심”이라며 반대했다. 근로자 단체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기간제 교사들의 정규직 전환을 공식적으로 반대했다. 기간제교사연합은 “전교조가 반대한 것에 실망과 분노를 감출 수 없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노노 갈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인국공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자 여론은 폭발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물론 취업준비생까지 논란에 뛰어들었다. 청년들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그만큼 신규채용 인원이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1500명이 근무하는 공사에 1900명이 직접고용됐는데 신입을 뽑을 수 있겠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노노 갈등을 노동자 간 계층이동이 어려워지면서 나타나는 부작용 중 하나로 본다. 김용춘 한국경제연구원 고용정책팀장은 “정규직은 한번 진입하면 평생 보장받는 철옹성에 있지만 비정규직은 고용의 불안정성 때문에 같은 노동자라고 보기 어렵다”며 “정규직 과보호를 완화하고 비정규직의 생산성을 높여 신규채용의 여력을 확보해야 갈등이 사그라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득권 세력으로 변질된 노조 역시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경기활황으로 근로자가 귀했던 1987년부터 대기업을 중심으로 노조가 경영에 개입할 정도로 힘이 커지기 시작했다”며 “기득권이 돼버린 노조가 이익단체 모습이 아닌 노조 본연의 역할에 집중해야 양극화가 축소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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