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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소중함 가르치려 했던건데…" 고(故) 이선호씨 아버지의 절규

입력 : 2021-05-10 13:00:00 수정 : 2021-05-11 09: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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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신고하지 않고 다른 윗선에 전화했다"
"아이를 사지로 밀었다는 죄책감에 힘들어"
지난달 평택항 부두에서 화물 컨테이너 적재 작업을 하던 20대 근로자가 사고로 숨진 가운데 유족과 시민단체 등이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사진은 사고가 난 개방형 컨테이너. 연합뉴스

 

경기 평택항 부두에서 화물 컨테이너 적재 작업을 하다 숨진 고(故) 이선호씨(당시 23세)의 아버지가 “저는 제 아이를 강인하게 키워보려고, 돈의 소중함을 가르치려 (아르바이트를 하게) 했던 거지. 돈을 벌어오라고 한 게 아니다”라며 “어떻게 보면 제가 아이를 사지로 밀어 넣었다는 죄책감이 저를 힘들게 한다”고 슬퍼했다. 아들 선호씨는 아버지가 일하던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지난 4월22일 300kg 가량 되는 철판에 깔려 숨졌다.

 

이선호씨의 아버지 이재훈씨는 현재까지 아들의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1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제 아이가 이렇게 되기까지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분명히 있다. 그 두 사람 중의 한 명은 용서를 구했는데 다른 한 사람은 지금 발뺌을 하고 있어 (아들이) 눈을 아직 못 감았다”고 말했다.

 

선호씨는 군대를 다녀온 후 복학하기 전 아버지가 일하는 현장에서 용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당일 그는 아버지도 8년간 해본 적 없던 컨테이너 해체 작업에 갑자기 투입됐다. 선호씨의 유가족은 현장 책임자가 안전요원도 없는 상황에서 선호씨에게 무리한 지시를 했고 안전장비 등도 제공하지 않아 참혹한 사태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아들이 있던 현장에서 떨어져 있던 아버지 이씨는 “(컨테이너) 안전핀이 제거된 상태에서 철수를 하려 하는데 그 날개 밑에 있는 쓰레기를 주우라는 지시를 (책임자가 아들에게) 했다. (함께 일하던) 외국인 노동자는 제 아들한테 ‘안 주워도 되니까 그냥 가자’라고 했는데 (책임자가) 재차 지시했다. 쓰레기 주우라고”라며 “어쩔 수 없이 시키니까 (아들이)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쓰레기를 줍던 선호씨는 다른 쪽에서 하던 컨테이너 해체 작업의 진동으로 머리 위의 철판이 떨어지며 안타까운 사고를 당했다.

 

아버지 이씨는 당시 119 신고는 물론 자기에게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현장 책임자는) 무전기로 윗선에다가 보고를 했다. ‘큰일 났어요. 119 와야 할 것 같아요.’ 이 무전을 받은 김 모 대리가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119에) 신고하지 않고 또 다른 윗선에 전화를 했다”며 “와서 그 현장을 보고 무거운 철판에 깔려 숨이 끊어져 가고 머리에서 피를 철철 흘리고 죽어가는 모습을 윗선에다 현장 중계하듯 보고했다”고 분노했다. 그는 오히려 같이 투입됐던 외국인 근로자가 아들이 깔려있던 철판을 들려다 허리를 다쳤다고도 전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그는 “회사에서 (아들과) 꼭 가고 싶은 장소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구내식당이다. 거기 가면 항상 제 아이는 그 자리에 앉아서 밥을 먹는다”라며 “(제가) ‘선호야. 오후에는 저기 있는 일부터 시작할 거니까 그렇게 알고 준비를 하고 있어라’라고 하면 아들이 밥 먹으며 ‘네, 네’라고 했다”고 회상했다.

 

이씨는 이어 “제가 제 아이를 왜 (일하는 곳에서) 데리고 있었겠나. 저는 제 아이를 강인하게 키워보려고 했다. 돈의 소중함을 알게 하려고 데리고 다녔던 거지 돈을 벌어오라고 했던 게 아니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제가 아이를 사지로 밀어 넣었다는 죄책감이 저를 많이 힘들게 한다”고 털어놨다. 

 

이씨는 회사가 이윤 내는 것에만 혈안이 돼 있어 이러한 비극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저는 더 이상의 산재사망사고, 가슴 아픈 일들이 제 아이로 마지막이 되길 바란다”며 “여기에 관계됐던 사람들은 뼈 아픈 교훈이라고 생각하고 두 번 다시는 이런 희생자가 나오지 않게끔 전부 다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선호씨의 둘째 누나라고 밝힌 네티즌 A씨는 지난 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청와대 국민청원 독려글에 장문의 댓글을 달기도 했다.

 

A씨는 “부모님께서 이제 다 키워놨는데,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 보내놓고 군대 가야 해서 군대까지 보내고 다시 대학 가려 하니 코로나 때문에 학교도 못 가고, 자기 용돈 자기가 벌어서 부모님께 손 안 벌리려고 알바했던 거다. 알바하면서 그날도 시험공부한다고 노트북이며 책 다 챙겨가서 공부했었다”며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떠날 줄 꿈에도 상상 못했다”고 애통해했다.

 

이씨의 안타까운 죽음을 호소한 청와대 국민청원은 10일 오전 10시 기준 9만명이 넘는 인원이 서명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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