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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되는 또 다른 방법… 키워보니 다 내 자식입니다” [심층기획]

입력 : 2021-05-11 06:00:00 수정 : 2021-05-11 07:3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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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입양의 날

세 아이 공개입양한 김인옥씨
18년 전 첫 입양 땐 개념조차 생소
두 아이 이어 성인 큰 아들 가족으로
“정인이 사건 후 입양편견 마음 아파”

네 아이 낳고 막내 입양 이수정씨
처음의 두려움 아이보니 사라져
“아이가 오는 순간 그냥 제 아이로
출산 아니어도 가족 될 수 있어”

“그냥 제 자식이었어요.”

 

김인옥(51)씨는 아들 찬수(19)를 처음 안아본 순간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첫 아이가 6살이 돼 남들처럼 둘째 고민을 하던 때였다. TV에서 해외입양 가는 아이들을 본 남편이 입양을 제안했지만 처음엔 자신이 없어 망설였다. 우연히 교회에서 입양이 결정되지 않은 아이를 돌보는 위탁가정을 만나 고민을 털어놓으니 “한번 안아보라”며 6개월 된 남자아이를 품에 안겨줬다. “안는 순간 몸에 전율이 오고 가슴이 뜨거워졌어요.” 품에 안겼던 아이는 그렇게 김씨의 마음으로 들어와 가족이 됐다.

 

입양 전에는 ‘내 자식처럼 잘 키울 수 있을까’ 고민을 했지만, 막상 키워 보니 배 아파 낳은 아이와 차이가 없었다. 입양은 그저 자녀를 얻는 또다른 방법이었을 뿐이었다. 입양의 기쁨을 알게 된 그는 2년 뒤인 2005년 4개월 된 여자아이를 입양했다. 김씨는 “그냥 우리집 둘째, 셋째였다. 입양한 아이라는 생각은 안 들었다”며 “아이가 많아지니 너무 좋았다. 집안도 늘 시끌시끌하고, 아이들 덕분에 많이 웃었다”고 회상했다.

 

8년 전에는 조금 특별한 입양을 했다. 성인입양을 통해 이미 23살이었던 첫째를 가족으로 맞은 것이다. 김씨는 “대학 신입생 때부터 알고 지냈던 사이인데 부모 없이 보육원에서 자랐다는 얘기를 듣고 ‘여기까지 오느라 얼마나 고생했을까’란 생각이 들어서 가족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보육원에 갈 때마다 ‘우리 아이들은 입양돼서 엄마 아빠의 사랑을 받으며 크는데 저 아이들은 어쩌나’란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입양을 하고 나니 부모 없는 아이들에 관심이 간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에서 ‘왜 독립할 나이의 자녀를 입양하냐’고 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울타리가 돼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지금은 오히려 내가 의지하는 든든한 장남”이라며 웃었다.

 

김씨 가정에는 ‘공개입양 1세대’란 수식어가 붙는다. 첫 입양을 결정할 당시만 해도 공개입양 가정은 드물 때였다. 김씨 역시 입양 사실을 공개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김씨는 “두려운 마음도 있었지만 엄마인 내가 당당해야 우리 아이들도 ‘입양은 부끄럽고 숨길 것이 아니다’라고 생각할 것 같았다”고 전했다.

 

함께 살아온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아이들에게 입양을 긍정적으로 이야기했지만, 학교에서 ‘너네 엄마 아빠는 가짜’라는 말을 듣고 와 속상해할 때도 있었다. 사춘기를 겪으며 ‘생모가 나를 버렸다’며 힘들어하는 아이에게는 “생모는 네 생명을 지켜준 거야”라고 다독여야 했다.

세 자녀를 입양한 김인옥(51)씨 가족. 김인옥씨 제공

얼마 전 불거졌던 ‘정인이 사건’은 입양가정에 대한 편견을 강화시킨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김씨는 “대부분의 입양가정은 사랑으로 아이를 키우는데 극소수의 잘못된 부모 때문에 모든 입양가정을 감시하는 것을 보니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이어 “입양절차를 강화해야 한다고 하지만 입양은 지금도 쉽지 않다. 입양을 고민하다 정인이 사건 이후 마음을 바꾼 이도 많다”며 “많은 아이들이 가족을 만나야 하는데 지금 사회적 분위기는 오히려 입양을 말리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힘들 때도 있었지만, 김씨에게 아이들을 만난 것은 더없는 기쁨이다. 그는 입양을 망설이는 이들에게도 “많은 고민과 두려움이 있겠지만 용기를 내 달라”고 전했다. 언제 아이들이 가장 예쁘냐는 말에는 “같이 밥 먹고, 이야기할 때. 그냥 평상시에 함께할 때 행복하다”고 했다. 여느 엄마와 다를 바 없는 대답이었다. “이렇게 인터뷰할 때만 ‘우리가 입양가정이지’란 생각이 들어요. 평상시에는 그냥 다른 집이랑 똑같이 살아요.”

막내를 입양한 이수정(40)씨의 가족. 이수정씨 제공

이수정(40)씨 역시 입양 전에는 ‘내가 낳은 아이와 똑같은 마음으로 키울 수 있을까’란 고민을 했다. 이미 4명의 아이를 낳은 이씨는 2년 전 입양을 통해 막내(3)를 만났다. 고민이 ‘기우’로 끝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씨는 “키우다 보니 정말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며 “첫째아이도 입양 전에는 엄마가 낳아준 동생이랑 똑같은 마음을 가질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요즘에는 ‘다 똑같이 사랑스럽다’고 한다”고 말했다. 육아는 힘들지만 입양을 했기 때문에 힘들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 “입양을 하지 않은 가정이라고 아이를 키우는 게 힘들지 않은 건 아니잖아요.”

 

이씨는 또다른 아이를 품기 위해 입양을 준비하고 있지만 정인이 사건의 여파로 쉽지 않다고 한다. 그는 “입양 절차가 까다로워져서 입양을 포기하는 가정도 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씨는 “정인이 사건 이후에 주변에서 ‘요즘 같은 때 아이가 다치면 학대 의심을 받으니 조심하라’는 말도 들었다”며 “낳은 아이와 마찬가지로 사랑으로 대하는데 편견으로 보는 시선도 있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입양은 이씨에게 어떤 의미일까. 이씨는 “그냥 가족이 되는 또다른 방법”이라고 답했다. 그는 “아이를 볼 때마다 입양을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입양을 해서 좋다’기보다는 그냥 아이가 와서 기쁜 것”이라며 “낳은 아이를 키울 때와 똑같은 감정이다. ‘내 인생에 이 아이가 없었다면 어땠을까’란 생각”이라고 말했다. “아이에게 늘 ‘네가 와서 기쁘다’고 이야기해요. 가족이 되는 방법이 출산뿐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아이가 오는 순간, 그냥 제 아기가 돼요.”

 

유지혜·조희연 기자 kee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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