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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김포시민들은 왜 촛불 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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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5-12 23:13:31 수정 : 2021-05-12 23: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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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급등 우려에 국가철도망 패싱… “교통지옥 외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은 익숙했던 많은 것을 바꿔 놓고 있다. 주거환경도 그중 하나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마당이 있는 타운하우스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주변에 생태공원이 있으면 금상첨화다. 잠시나마 태양과 바람을 즐기며 걷다 보면 ‘코로나블루’는 금세 날아가 버린다. 미래학자들은 숲이나 공원을 끼고 있는 ‘숲세권’과 ‘공세권’ 주거지가 큰 각광을 받을 것으로 내다본다.

이런 점에서 2기 국가 신도시인 경기 김포 한강신도시는 도시와 자연이 잘 어우러지도록 설계한 모범사례라는 평가를 받는다. 김포한강야생조류생태공원이 대표적이다. 한강신도시 초입 운양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어 당일치기 수도권 여행지로도 인기가 높다. 가을에 억새와 갈대가 군무를 추고 겨울이면 쇠기러기 수만마리가 찾아와 장관을 이룬다. 요즘은 한가롭게 노니는 백로와 재두루미가 주인공이다. 올 봄에는 맨발로 걷는 황톳길이 열렸고 주말이면 평화누리길의 자전거길을 따라 라이딩족들이 신나게 질주한다. 완벽한 한강 조망을 방해하는 철책도 올해 안으로 철거되고 공원으로 꾸며질 예정이라 더 많은 여행자들이 찾을 것으로 보인다.

최현태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김포 베니스’로 불리는 장기동 라베니체도 도시와 자연이 어떻게 조화를 이뤄야 하는지 잘 보여준다.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관광지 ‘물의 도시’ 베니스를 모델로 아파트 숲사이에 이국적인 금빛수로 2.68km를 조성해 놓았다. 봄이면 온갖 꽃들이 만발하는 한강신도시중앙공원에서 달모양의 문보트를 타고 예쁜 상점들이 이어지는 물길을 여유롭게 노닐 수 있어 연인들도 많이 찾는다.

이런 아름다운 라베니체의 평화가 그만 깨지고 말았다. 주말이면 주민 수천명이 촛불을 들고 쏟아져 나와 ‘촛불산책’ 시위를 벌인다. 이들의 목소리는 하나, ‘김부선 OUT’이다. 정부가 지난달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수립 공청회에서 GTX-D 노선을 김포∼부천종합운동장역만 연결하는 축소노선으로 발표하자 김포시민의 원성이 하늘을 찌른다. 경기도가 제시한 원안은 동서축인 김포∼검단∼강남∼하남을 빠르게 연결하는 노선이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이를 완전히 무시한 채 예산타령만 하며 서울이 아닌 부천으로 연결하는 황당한 노선을 발표했다. 김포 거주자들은 대부분 여의도와 강남쪽에 직장을 두고 있는데 말이다. 더구나 국토부는 원안을 깨려고 사업비를 10조원으로 부풀렸다. 실제 경기도안은 5조원대이고 이는 서울을 관통하는 GTX A, B, C 노선 사업비와 별 차이가 없다. 10조원은 인천시가 뒤늦게 제안한 청라와 김포를 모두 잇는 Y자 노선의 사업비다. 노선중복 주장도 근거가 없다. 모든 GTX 노선이 기존 수도권 전철노선과 중복된다. 이 때문에 집값 급등을 우려한 정부가 신도시 교통지옥은 외면한 채 정치적으로 결정했다는 비난이 쏟아진다.

김포의 지난해 인구 증가수는 전국 1위다. 서울에서 집을 구하지 못한 이들이 대거 밀려들면서 10년 전 24만명이던 인구는 48만명으로 급증해 전국 18번째 대도시인 5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런데도 변변한 중전철 하나 없어 오늘도 출퇴근 혼잡률이 무려 285%에 달하는 달랑 2량짜리 경전철 골드라인을 타고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짐짝처럼 끼어 서울을 오간다. A4 용지 반장에 한 명이 서 있는 꼴이란다. 이나마 김포시민들의 분담금으로 만들었다. 국가 신도시를 만들어 놓고 나라에서 깔아준 철도는 전무하다. 이러니 김포시민들이 들고 일어서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의 올바른 판단으로 라베니체에 다시 평화가 찾아오기를 기대한다.

 

최현태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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