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출정을 앞둔 여권 유력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청와대와 정부, 여당에 지역화폐형 2차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공식 요청했다. 이 지사는 “(정부의) 초과 세수로 추경 재원이 발생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 지사는 지난달 31일 오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경제가 회복 중이지만 회복의 온기가 서민경제 전체에 미치지 못한다”며 이처럼 말했다. 이 지사의 발언은 여권에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의 필요성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그는 “현금으로 선별 지원한 40조원 가까운 2∼4차 재난지원금과 비교해 규모가 3분의 1에 불과한 13조4000억원의 (전 국민) 1차 재난지원금이 훨씬 경제효과가 컸다는 것은 통계적으로나 체감상 증명됐다”며 “코로나19로 고통받으면서 방역에 적극 협력한 국민의 피해를 적극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절박한 상황에서도 매출이 늘어야 경제가 사는 것을 몸으로 아는 소상공인들이 ‘내게 현금이 아니라 매출을 달라’고 외치는 이유를 숙지해야 한다”며 “현금 수백만원 받은들 밀린 임대료 내면 끝이지만 지역화폐로 매출을 지원하면 떡집은 떡을 팔고, 싸전은 떡쌀을 팔고, 정미소는 도정하며, 이들이 적으나마 번 돈은 또 골목에 쓰여진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미래가 불안한 불황기에 현금 지급은 승수효과가 적어 액수가 커도 경기 활성화에 큰 도움이 안 되는 것은 이제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여당 중진들을 겨냥해서도 “선별 현금지급은 시혜적 복지정책에 불과하지만, 보편적 지역화폐 지급은 중첩 효과를 내는 복지적 경제정책”이라며 “국가 경제정책의 혜택은 가난한 사람만 받는 시혜적 복지가 아니며, 세금 내는 국민의 당당한 권리”라고 말했다.
앞서 이 지사의 지역화폐형 기본소득 정책에 대해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는 “시기상조”라거나 “무임승차 문제가 발생한다”며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편, 이 지사는 페이스북에 잇달아 올린 ‘시절이 하수상하니…정치란’이라는 글에선 “행정은 있는 길을 잘 가는 것이지만, 정치는 없는 길을 만드는 것”이라며 “정치는 정책아이디어 경쟁이 아니라, 철학과 가치를 가진 자들이 정책 선정의 용기와 집행력을 경쟁하는 장이다. 효율적 정책일수록 기득권 저항은 거세다”고 말했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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