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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천안함 피격 후 함장을 제외한 생존 장병이 환자복 차림으로 국민 앞에 섰다. 그해 4월 7일 오전 국군수도병원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을 지켜본 국민들은 “생존자들이 인터뷰하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안다면 국방부가 저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혀를 찼다. 천안함 피격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차단하기 위해 만든 자리가 오히려 군에 대한 실망감을 더 키운 꼴이 됐다.

국방부가 지난 23일 출입기자단에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중도 귀환한 청해부대 34진 장병들의 전화인터뷰를 주선했다. “피가래가 나오고 환자가 느는데도 먹는 약은 타이레놀뿐이었다”는 한 청해부대원의 인터뷰에 맞서 군의 통제 아래 이뤄진 관제(管制) 인터뷰였다. 군은 자발적으로 신청을 받아 간부 3명과 병사 4명을 선정했다고 했다.

간부들은 “피를 토하고 살려 달라고 애원한 장병은 없었다”, “왜 우리는 백신 안 놔주느냐 하는 장병들도 없었다”고 밝혔다. “근무 공백을 우려해 일부 간부는 약도 먹지 못하고 근무를 섰다”, “매일 합참에 ‘일일 상황보고’를 했는데 코로나 관련 보고가 8일 동안 늦어졌다는 걸 이해하기 어렵다” 등 당시 상황에 대한 장병들의 구체적 증언도 나왔다. 해명에만 치우치지 않고 청해부대원들의 고충과 군의 허술한 대응을 엿보게 했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다른 평가도 나왔다. 그럼에도 ‘짜여진 각본 아니냐’는 우려를 떨쳐내긴 어렵다.

이번 관제 인터뷰가 부실급식 파문, 공군 여중사 사망사건 등으로 쌓인 군에 대한 불신을 장병들 입을 통해 축소하려는 처사가 아닌지 의문이다. 노출 수위가 낮은 전화인터뷰이지만 고충을 토로한 장병들 심정이 어땠을까. 이 와중에 25일 공군 여중사 성추행 사망 사건과 관련해 구속 수감 중이던 2차 가해자가 숨졌다. 국방부 영내 미결수 수용시설에서 벌어진 초유의 사건이다. 국방부가 이번에도 수용시설에 근무 중이던 간부와 장병들을 불러 모아 관리감독에는 문제가 없었다며 손사래를 치게 만들지 궁금하다. 사건·사고로 군이 휘청댈 때마다 장병들을 앞세우는 ‘방패막이용 인터뷰’는 이젠 사라져야 할 구시대적 유물이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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