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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은 안 내놓고… “집 더 사지 말라” 으름장만

입력 : 2021-07-28 18:05:46 수정 : 2021-07-28 21:4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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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국민 부동산 담화
사전청약대상 민영주택까지 확대
10년간 전국 56만가구 공급 의지
“가계부채 증가 5~6% 수준 억제”
대출 더 조이고 투기 근절도 강조
전문가·업계, 정부 낙관론에 싸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낭독하고 있다. 뉴스1

2·4 공급대책 이후 별다른 추가 조치를 내놓지 않던 문재인정부가 28일 집값이 고점에 근접해 큰 폭의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메시지를 보냈다. 그간 26차례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음에도 집값을 잡는 데 실패한 정부가 이제는 노골적으로 ‘더 이상 집을 사지 말라’는 식의 억지 여론전에만 공을 들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이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김창룡 경찰청장이 참석한 가운데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27번째 부동산 대책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현재까지의 대책 진행 과정을 설명하고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는 수준이었다. 주택공급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읍소부터 부동산 대출을 최대한 억제하고, 시장 교란행위를 엄중 단속하겠다는 으름장까지 총동원됐다.

홍 부총리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정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하반기에 그 무엇보다 주택공급 확대에, 그리고 대출 등 수요관리 및 투기근절에 모든 정책역량을 쏟아붓겠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의 주택공급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하고 나아가 그 공급 일정을 하루라도 더 앞당기도록 노력하겠다”며 “향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추가적인 택지 확보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집값 계속 오르는데도 ‘추격매수 금지’ 경고

홍 부총리는 이날 질의·답변 때 “부동산 시장이 예상보다 큰 폭의 조정을 받을 수 있다”며 추격매수에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올해 하반기 조기 청약이 이뤄진다는 점, 전문가들의 고점 인식, 금리 인상과 유동성 관리 가능성 등 대내외적 환경 등을 판단해 볼 때 주택가격은 일정 부분 조정의 여지가 있다”며 “부동산 시장의 하향 조정 내지 가격조정이 이뤄진다면 시장의 예측보다는 좀 더 큰 폭으로 나타날 수도 있겠다는 예상을 한다”고 말했다.

 

노 장관도 “대규모 주택공급이 차질없이 이루어지면 주택시장의 하향 안정세는 시장의 예측보다 큰 폭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가세했다. 노 장관은 사전청약 대상을 민영주택까지 대폭 늘리는 등 공급대책의 속도를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정부 계산대로라면 앞으로 10년간 서울 10만가구, 수도권 31만가구를 포함해 전국에 56만가구가 매년 꾸준히 공급된다는 설명이다.

 

은 위원장은 유동성 관리 강화 방침을 내세우며 주택 관련 대출의 끈을 더욱 조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은 위원장은 “자산시장 투자수요를 억제하고, 시중의 늘어난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 대신 생산적 부문과 서민경제 지원에 흘러들어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다소간의 비판과 부작용을 감수하고서라도, 가계부채 증가율이 올해 목표로 삼은 5~6% 수준에서 억제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기존 부동산 투기 외에 부정 청약·시세조작 등 시장교란 행위까지 연중 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김 청장은 “올 하반기 공공주택 분양은 수도권 인기 지역에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되는 만큼 청약 자격·가점을 조작하는 사례가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며 “국토부·한국부동산원·지방자치단체 등과 합동단속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공공주택 분양 예정지역을 관할하는 수도권 4개 시도 경찰청과 29개 경찰서에 집중수사팀을 편성했다. 지분 쪼개기 등 기획부동산 투기에 대해서도 보다 강력한 단속을 추진하기로 했다.

 

사진=뉴스1

◆반성 없는 정부에 전문가·업계는 “황당하다”

 

부동산 업계는 정부의 ‘집값 경고’메시지에 황당하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정부가 집값·전셋값이 급등하고, 부동산 대책의 각종 부작용이 난무하는 상황에 대해 반성하지 않고 ‘어쨌든 집 사지 마’라는 식의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담화문을 놓고 “정부가 집값도 못 잡으면서 언론 플레이만 한다”,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없으니)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했더니 입만 살아남았다” 등의 비아냥 섞인 평가가 쏟아졌다. 3기 신도시는 여전히 토지 보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금리인상 시점 연기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부동산 시장 안정과는 거리가 먼 악재가 이어지는 상황에도 정부는 “언젠가 집값은 떨어진다”는 낙관론만 펼친다는 혹평도 나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2구역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현장을 방문해 사업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시장의 싸늘한 반응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이미 신뢰를 잃었다는 점도 한몫을 한다. 정부는 임기 초반부터 줄곧 주택 공급이 충분하다고 주장하다가 뒤늦게 ‘미스 매칭’을 인정하며 공급 확대로 방향을 틀었다. 최근에는 당정이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세제 완화, 등록임대사업자 제도 등의 정책 방향을 놓고 오락가락한 데 이어 ‘재건축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 조항을 스스로 철회하기도 했다.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난 가운데 현장에서는 전세 매물 품귀와 이중가격 현상 등 각종 부작용을 호소하는 상황이지만, 홍 부총리는 이날도 “작년에 어렵게 제도화된 내용에 대해서는 당분간 제도의 안착을 위해 주력하는 것이 맞지 않나 싶다”며 별다른 대책을 언급하지 않았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는 “담화문이라고 했지만, 거의 읍소수준이어서 주목할 내용은 없고 ‘짠한’ 느낌마저 든다”면서 “정부가 지금까지 워낙 시장과 관련해 말을 많이 해왔기에 이번 담화문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박세준, 김승환 기자, 세종=우상규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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