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전문병원·인력 확충 등 요구
“더는 버틸 수 없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2년 가까이 한계에 내몰린 보건의료노동자들이 결국 파업을 결정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27일 서울 영등포구 노조 건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 달 2일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총파업 찬반투표에 조합원 5만6091명 중 4만5892명(81.8%)이 참여했고, 이 중 89.8%(4만1191명)가 파업에 찬성했다. 노조는 “인력 확충과 처우 개선, 공공의료 개선 등에 대한 노조원의 간절함이 담긴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의사를 제외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임상병리사, 물리치료사 등으로 구성된다.
방역현장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여온 이들은 인력 부족과 피로도 누적 등을 호소하며 정부에 △감염병전문병원 설립 △코로나19 치료병원 인력기준 마련 △직종별 적정인력기준 마련 및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법제화 △공공병원 시설·장비·인프라 구축 등을 요구했다. 노조는 보건복지부와 11차례 실무교섭을 진행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노조 관계자는 “복지부는 공공의료 확충은 재정당국 결단 없이 한발도 나아갈 수 없다는 입장이고, 인력 확충에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파업을 하더라도 응급실과 중환자실, 분만실, 신생아실 등 생명과 직결된 업무에는 필수인력을 배치하는 ‘안전한 파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전담치료병동, 선별진료소 인력은 파업에 참여하기로 했다.
이창준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코로나19가 유행하는 상황에서 파업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정부와 노조가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최대한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비상진료대책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복지부는 참고자료를 통해 “파업 미참여 응급의료기관, 응급의료시설, 종합병원 응급실 등을 (중심으로) 24시간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하고, 외래진료는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평일 진료시간을 확대토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복지부·시도·119 콜센터와 중앙응급의료센터 등을 통해 실시간 진료 가능 의료기관을 안내하겠다”고 덧붙였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