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 측 “합리적인 의혹 제기한 것”
‘이재명 최측근’ 이한주 캠프 사퇴
투기에 예금자보호법 위반 의혹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 후보 경선을 강타한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두고 양강인 이재명, 이낙연 후보의 신경전이 극에 달했다. 이재명 후보 측은 이낙연 후보 측의 문제 제기가 제1야당인 국민의힘의 공세와 닮아있다며 ‘원팀 방해’ 프레임을 씌웠다. 이낙연 후보 측은 이재명 후보에게 쏟아지는 의혹을 강조하며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이 위협받고 있다는 ‘불안한 후보론’을 내세웠다.
이재명 후보는 23일 페이스북에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자신을 엄호해준 김두관, 추미애 후보의 말을 인용하며 이낙연 후보에게 경고장을 보냈다. 이재명 후보는 “김 후보는 ‘보수언론이 만들어내고 국민의힘이 나발 불고 우리 당 후보까지 부화뇌동하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진단했다”며 “추 후보도 민주당 경선에서의 의혹 제기는 ‘언론을 빙자해 내부 총질하는 사태와 다름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또 “저 이재명은 때리면 때릴수록 강해질 뿐이다. 나중에 ‘아차, 자살골이었구나’ 후회하게 될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우리 당 후보들의 공동대응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캠프도 이낙연 후보 측에 화살을 돌렸다. 캠프 부산·울산·경남(PK) 총괄선대위원장인 전재수 의원은 이낙연 캠프를 향해 “사건의 본질에 천착했으면 한다”고, 이경 캠프 대변인은 “공격 포인트가 국민의힘 의원들의 기조와 너무나 똑같아서 좀 마음이 아프다”고 꼬집었다.
이낙연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홍영표 의원은 “상식적인 차원에서의 합리적인 의문, 의혹 제기까지 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며 반박했다. 홍 의원은 대장동 의혹에 대해 “문제는 분명히 있는 것 같다. 공영개발 방식으로 민간인이 사실상 특혜를 받아 6000억원 이상의 이익을 챙긴 것”이라며 “이재명 후보 말처럼 이것이 정말 ‘국민의힘 게이트’인지 아닌지는 밝혀져야 한다”고 공세를 이어갔다. 캠프 김영웅 대변인은 “인허가권을 가진 단체장의 책임을 분명히 우려해야 할 사안”이라며 “일각에선 (이재명 후보가) 모르고 했다면 무능이고, 모른 척했거나 알고도 눈감아줬다면 배임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낙연 후보는 대장동 의혹 중심에 있는 화천대유 자산관리회사의 과다 배당 논란을 저격한 ‘화천대유 방지법’을 공약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화천대유 같은 민간 사업자가 현행 제도를 악용하면 개발 대행을 할 수 있다”며 도시개발법 시행령을 수정하고 개발이익의 최대 50%를 환수하겠다고 약속했다. 캠프는 대장동 의혹이 커질수록 이재명 후보의 본선 경쟁력이 위협받고, 이낙연 후보의 ‘안정감’이 돋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번 대장동 의혹이 이재명 후보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잇따랐다. 여권 원로인 민주당 유인태 전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장동 의혹은) 이 후보에게 굉장히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건 틀림없다”며 “(이 후보는) 무척 억울하더라도 더 성실하게 설명, 해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전날 페이스북에 “단군 이래 최대의 비리 사건으로 보인다”고 적었다.
한편 기본 시리즈 정책 등을 설계해 이재명 후보 최측근으로 꼽히는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예금자보호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예보법에 따르면, 예금보험위원은 정치 행위에 관여해선 안 된다. 그런데 이 전 원장은 예보위원직을 유지하면서 이재명 캠프 정책본부장으로 활동했다는 지적이다. 이 전 원장은 통화에서 “관련 규정을 몰랐다. 캠프 내에서 임명장을 받아 활동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날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되자 캠프에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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