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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도 유지 기술’ 개발… ‘약초의 황제’ 수출 활로 넓힌다 [뉴스 인사이드-세계로 뻗는 한국산 인삼]

입력 : 2021-10-23 06:00:00 수정 : 2021-10-22 20:3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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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로 건강식품 관심 커져
비가공 수삼 해외 소비자들에 인기
수확·저장·세척·포장 등 종합관리
저장·유통 개선… 최상의 품질 유지
해상수출로 운송료 절감 가능해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건강식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한국산 인삼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금까지는 홍삼이나 캡슐형 알약 등 가공식품이 해외 소비자들에게 익숙했지만 밭에서 막 캐낸, 가공하지 않은 생 인삼인 ‘수삼’에 대한 동남아와 중국, 미국, 유럽 등 해외 소비자들의 소비 욕구도 커지고 있다. 수삼은 수분이 많아 저장·유통 단계에서 부패하는 등의 문제가 생기고, 유통기간 단축을 위한 항공 수출은 단가를 끌어올려 먼 곳으로 수출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품질손상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 선도를 장기간 유지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돼 해상 수출로 운송료 절감도 가능해짐에 따라 세계 전역으로 수삼이 수출될 날이 머지않았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선도 유지 기술 개발… 수삼 수출 전성시대 열릴까

22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수삼의 선도 유지 기술을 적용한 ‘세척 수삼’이 지난 4월 베트남에 시범수출돼 현지 소비자와 업체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세척 수삼은 흙 묻은 수삼에 비해 위생적이고 조리하기 간편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재래시장에서 3일 만에 매진됐다. 수확 후 5개월 이상 저장된 수삼을 선박으로 수출하는 데 성공함에 따라 앞으로 연중 내내 수삼을 세계 어디로든 선박으로 수출할 수 있는 가능성도 확인했다.

농진청이 개발한 이 기술은 인삼 전용 저장상자, 고압분사세척과 표면건조, 수삼 전용 기능성 포장재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전용 저장상자는 관행인 벌크포장(75㎏)보다 훨씬 작은 약 15㎏ 단위로 소형화했다. 관행방식보다 높은 저장온도에서도 부패의 진행이 상대적으로 늦고, 유통 중 품질 열화도 더디게 진행된다. 인삼의 고압분사식 세척과 표면건조 방식은 뿌리 표면에 묻어있는 흙과 부패미생물을 효과적으로 제거해 인삼의 품질과 위생을 유지시키는 효과가 있다. 또 수삼 전용 기능성 포장재는 유효성분의 보존율을 높이고 신선도 유지 기간도 연장한다.

농진청 실험결과 저장 60일 부패율은 관행방식이 24.9%인데, 선도 유지 체계에서는 6.1%로 개선됐다. 또 유통 중 부패율은 관행방식(8.0%)에 비해 선도 유지 체계(1.0%)가 훨씬 낮았다.

코로나19로 우리나라 인삼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인삼류 수출액은 2019년 2억1028만달러에서 지난해 2억2976만달러로 9.3%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도 8월까지 수출액이 1억5738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2.2% 늘었다.

베트남 등 동남아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에서도 인삼 가공품뿐 아니라 수삼에 대한 수출 요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인삼류 수출액에서 수삼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0.6%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하다. 대량 수출에 성공한 사례도 없다. 값비싼 항공운송료 부담과 관행 저장·유통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해 품질유지가 어려운 탓이다. ‘보따리’ 수출이 성행해 세척 포장된 한국산 우수 인삼이 중국산과 차별화되지 못해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문제도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 것이 좋은 것?… 과학적 접근 필요한 시대

KGC인삼공사에 따르면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공납이나 무역에 쓰인 인삼은 자연에서 채취한 산삼이었다. 인삼이 본격적으로 재배된 시기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지만 대량 재배가 이뤄진 것은 조선시대 중기 이후로 추정된다.

인삼 재배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것만큼이나 처리 방식도 좀처럼 변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런 ‘전통방식 고집’이 품질유지를 어렵게 해 수삼 수출의 최대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지현 농진청 저장유통과 농업연구사는 “현재의 수삼 수확후관리 과정은 오로지 국내에서 현지·소량 판매만 가능하도록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확 직후 흙이 묻은 상태인 수삼을 75㎏씩 두꺼운 비닐과 종이상자에 담아 저장하는 현재 방식은 저장·유통 중 손실률을 높인다. 수확 시 상처가 나고 흙이 묻은 수삼은 토양 속 미생물에 의해 오염이 돼 있는 상태이고, 대량의 수삼이 포장돼 발생하는 상자 내부의 높은 호흡열과 과습 상태는 미생물 부패를 조장한다. 부패를 막으려고 저장온도를 영하 2도 이하로 내리는 경우도 있는데 수삼 조직이 동해를 입게 되고, 유통 과정에서 색깔이 변하고 부패가 발생해 손실률을 급격히 높이는 원인이 된다.

드럼식 텀블러 세척기를 사용하는 세척 방식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척 후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상처들이 많아 당장은 드러나지 않지만 유통 중에 품질의 열화가 가속화하기 때문이다.

해결책으로는 전문 농산물종합산지유통센터(APC)를 통한 품질관리가 첫손에 꼽힌다. APC는 농산물을 소비자의 요구에 맞게 상품화하는 데에 필요한 일관시설을 갖추고 출하와 마케팅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수행한다. 농산물을 한데 모아 공동선별 과정을 거쳐 상품을 규격화·등급화해 상품성과 부가가치를 높인다. 물량의 대규모화를 통해 지역 농산물의 거래 교섭력을 높인다. 수확-저장-세척-포장까지 수삼 선도유지 기술을 적용한 APC를 구축한다면 고도의 품질유지로 장기·대량 유통을 가능케 해 수삼 수출 확대에도 보탬이 될 수 있다.

홍윤표 농진청 저장유통과장은 “인삼은 아직 APC가 한 곳도 없다”며 “수삼을 수출하려는 국내 업체들은 제대로 품질관리가 이뤄진 수삼을 안정적으로 구하기 어렵고, 이는 산업 확대에 장애가 된다”고 말했다.

◆인삼 산업 정체?… 일반 소비자 소비 확대도 모색해야

최근 일부 인삼 농가들이 정부에 인삼가격 하락에 따른 지원과 대책 마련을 촉구하면서 인삼밭을 갈아엎는 일이 있었다. 인삼 가격은 홍삼제품류 위주 소비에 따른 원료 사용량 감소, 가공업체 재고 누적 등 구조적 요인과 함께 지역 인삼축제 취소 등 소비 부진이 겹쳐 평년 대비 하락한 상황이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시중 공급량 감축을 위해 정부 지원 수매자금 금리 인하와 농협·KGC인삼공사 등을 통한 수매물량 확대를 추진하고, 생산자 단체 등과 협력해 다양한 인삼 소비촉진 행사를 벌였다. 이와 함께 인삼자조금단체(한국인삼협회)를 통해 내년부터 경작신고의무제를 도입해 생산 면적조절 등 자율적, 사전적 수급조절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농업계 안팎에서는 수삼 수요 확대에 눈을 돌려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은 일반 소비자가 동네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수삼을 구하기가 어렵다. 명절에나 가끔 눈에 띌 뿐 평상시에는 주변에서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신선편이’ 농산물을 찾는 소비자 트렌드에 맞춰 수삼도 깨끗이 세척해 신선편이용으로 유통하면 식재료로 활용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농진청은 농협과 함께 선도 유지 기술을 투입한 세척·포장 인삼 판매 행사를 벌였다. 가족 구성원 수와 요리 용도를 고려해 3∼6년생 인삼을 1뿌리에서 최대 10뿌리까지 담아 판매했다. 소비자에게는 인삼을 친근한 식재료로 인식하는 계기가 되고 농가에는 소비의 물꼬를 트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농협 관계자는 “신선도 유지 기술을 적용한 소포장 세척 수삼은 인삼 소비의 긍정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전주=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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