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김총리 언급에 대한 질문에 "할 말 없다, 죄송"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추진하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을 놓고 당정 갈등이 3일 표면화됐다.
이 후보가 재난지원금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는 가운데 김부겸 국무총리가 공개적으로 거부의 뜻을 밝히면서, 여당 대선 후보와 국무총리가 정면으로 대립하는 모습이 연출되면서다.
지난달 29일 전국민 재난지원금 추진을 공식화한 이 후보는 이날 첫 선대위 회의를 주재하고 당 및 원내 지도부에 전국민 재난지원금의 적극 추진을 요청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삶을 보살피고 경제도 활성화할 수 있는 재난지원금의 추가 지급 문제도 적극 추진해주시길 당부드린다"며 "적정 규모의 가계 지원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후보 경선캠프 전략본부장 출신인 민형배 의원도 BBS 라디오에서 "재정 여력이 충분한데 왜 이걸 어렵다고 하는지, 당하고 조율해야 한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정부가 이걸 '하니 마니' 하는 부분은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총리는 CBS 라디오에서 '전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과 관련, "당장 재정은 여력이 없다"면서 "그보다는 손실보상금에 제외된 여행·관광업, 숙박업 등을 어떻게 돕느냐가 제일 시급한 과제"고 말했다.
김 총리는 "재정 당국의 입장에서는 쓸 수 있는 재원이라는 게 뻔하다"며 "여기저기서 이 주머니, 저 주머니 막 뒤지면 돈이 나오는 그런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부 재정 상황상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주는게 어렵다는 얘기다.
앞서 '곳간 지기'를 자처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이탈리아에 방문 중이었던 지난달 30일 이 후보의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추진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로마까지 와서 그 얘기를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면서 즉답을 피했다.
일단 민주당은 김 총리의 발언과 관련, 진의 파악이 우선이라면서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선대위 회의를 마친 뒤 "김 총리(발언)의 맥락을 모르고 이야기하기 곤란하다"며 "2022년 본예산에 넣는 것은 예산 과목이 있어야 하기에 정부와 협의해야 하고, 내년 추경까지도 생각해볼 수 있다. 방법은 열어놓고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회의 후 김 총리 발언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할 말 없다. 죄송하다"고만 답하며 자리를 떠났다.
이 후보와 정부 간의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둘러싼 대립은 1차적으로는 재정 여력에 대한 시각차다.
이 후보 측과 민주당은 전국민 재난지원금과 관련, 10조~15조원 정도의 추가 세수가 예상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 때마다 반복됐던 '보편·선별지급' 논란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여윳돈이 있으면 형편이 더 어려운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더 두텁게 지원하는게 맞는다는 게 김 총리 발언의 의도로 여기에는 이낙연 전 대표를 도왔던 민주당 의원들도 공감하고 있다.
이 때문에 향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당정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
내년도 예산안에는 전국민 대상 재난지원금 세목이 없는 것도 변수다. 단순 증액은 정부 동의만 있으면 되지만 세목 신설에는 여야 합의가 필요한데 야당이 정부와 같은 논리로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반대할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추가 지급할 때 재원을 어떻게 만들지도 쟁점이 될 수 있다.
당장 내년도 예산안에 포함시킬 경우 국채 발행을 확대할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해 야당은 물론 정부도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 후보는 "국가부채 비율은 크게 장애가 되지 않는다"면서 국가부채 비율 확대를 용인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이 여당 대선후보의 사실상 대표 공약이기 때문에 협의 과정에서 일부 조정되더라도 어느 정도는 관철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여권 내에 많다.
이 후보측 관계자는 "여당 후보가 요구하는데 정부가 나 몰라라 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이 후보는 방향을 제시했고 구체적인 필요 조치는 원내 지도부가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연합>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