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2일 이른바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4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당론을 정하면서 문재인 대통령 역시 다시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번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한다면 여의도에서 자연스레 '소멸' 되겠지만, 만일 본회의 문턱을 넘는다면 문 대통령으로서는 국민의힘이나 검찰로부터 이 법안을 막아달라는 강한 압박에 맞닥뜨리게 될 전망이다.
당장 검찰이 법안 공포를 막을 '마지막 카드'로 문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할 수 있으리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헌법 53조에 따르면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은 정부에 이송돼 15일 이내에 대통령이 공포하지만, 만약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하면 국회가 이를 다시 의결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국회 입법에 대해 대통령이 가진 일종의 견제장치인 셈이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직을 걸고 법안 통과를 막겠다는 각오를 밝힌 만큼 만일 법안 공포가 눈앞에 다가온다면 문 대통령을 직접 찾아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추측도 흘러나오고 있다.
거부권 행사에 대한 압박과는 별개로, 문 대통령이 이 법안을 국무회의에 올려 직접 방망이를 두드려야 하는 모양새가 되는 것도 문 대통령으로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앞서 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에 나와 이번 법안을 이달 내에 국회에서 통과시킨 뒤 다음 달 3일 국무회의에서 공포하는 일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은 문 대통령이 마지막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날이다.
아무리 민주당이 주도한 법안이라고는 하지만, 국민의힘의 반대를 무릅쓰고 일방처리한 법안을 임기 만료 일주일을 앞두고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직접 의결해주는 것을 국민들이 어떻게 바라볼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이번 법안을 가로막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임기를 거의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민주당의 당론을 대통령이 거부할 경우 그 후폭풍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문 대통령으로서는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이 '검수완박'으로 표현되는 검찰개혁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하다.
결국 이번 사안은 문 대통령이 찬반 어느 쪽의 입장도 쉽게 드러낼 수 없는 민감한 사안인 셈이다.
여기에 문 대통령이 '검수완박' 강행에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도 알려지지 않았으며, 청와대 측에서는 이 문제에 의견을 낸다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당분간 이번 이슈에는 침묵을 유지하며 사태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검수완박' 법안을 두고 여야가 파국으로 치닫지 않도록 청와대가 지난해 언론중재법 사태 때처럼 중재 역할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지만 사실상 이제는 청와대가 그런 역할을 하기는 무리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당시에는 문 대통령이 언론중재법 강행은 안된다는 확실한 생각이 있었다. 또 문 대통령의 임기도 반년 이상 남아 청와대가 활발하게 조율 작업을 벌일 힘이 있었다"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임기를 한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청와대가 민주당에 영향을 주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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