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라도 발생하면 학원생들 탈출 못해…학부모 원성 자자해”
시의원 후보 측 “결례 사죄드리지만 건물주와 합의한 상태다”
“제거 비용 만만치않아 조치 힘들고 투표 끝나면 조속히 제거”
국민의힘 시의원 후보가 사전협의도 없이 한 영어 학원 건물 전체를 6·1 지방선거 홍보용 대형 현수막으로 가린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19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경기 성남시 수정구에서 영어 학원을 운영하는 원장 40대 A(여)씨는 “주말에 쉬고 지난 16일 월요일에 출근해보니 대형 현수막이 제 학원의 존재를 완전히 가려놓았다”고 토로했다.
사태를 파악한 A씨는 현수막으로 인해 자신의 학원 전체가 가려졌기에 즉각 시의원 후보 B씨측에 항의를 했다. 이에 B씨측으로부터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조금만 참아달라는 말을 들었다”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또한 B씨 측은 “학원을 운영하지 않는 줄 알고 현수막을 걸었다”고도 했다.
이에 A씨는 “나는 생존과 관련된 일이고 학원 내부에서는 빛과 바람도 다 가려 좋은 날씨에 창문도 못 열고 너무 어둡다. 당장 현수막을 떼어달라”고 말했지만 B씨 측으로부터 “전등과 에어컨 전기세를 부담하고 학원 현수막을 크게 걸어주겠다”라는 답을 들었다.
그러자 A씨는 “그런 것 필요없고 그냥 치워달라”고 응하자 B씨 측은 “13일만 참아달라. 현수막 게시하는 데 수천만원이 들었고 작업자와 크레인도 불러야 해서 시일이 소요된다”고 답했다.
이후 A씨는 건물주가 현수막 게시를 허락한 사실을 확인했지만 현수막이 그렇게 완전히 학원 전부를 가릴줄은 몰랐다는 것이 건물주의 해명이다.
A씨는 “현재 학부모들의 항의와 원성이 자자하다”며 “만약 여기 화재라도 난다면 원생들이 탈출하지 못 한다고 얘길하니까 B씨측이 ‘본인이 다 책임지겠다‘며 ‘양해 구했는데 너무하신다‘며 버럭 화내고 나가시더라”고 토로했다.
아울러 A씨는 “B씨 입장에서도 수천만원을 들였으니 당장 떼긴 어려우니 창문 옆 벽쪽으로는 자리가 있으니 ‘그만큼만 옮겨달아달라’고 부탁했으나 현재까지 그대로이다”라고 전했다.
A씨가 원하는 것은 현수막 게시 관련 협의와 학원생들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와 보상이다. A씨는 “아울러 환경을 위해서도 한번 사용하고 버려지는 대형 현수막에 대해 국가적으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A씨는 “20여년 강사로 일하고 정말 행복하게 내 사업장 갖게 된지 아직 반년도 안 됐다”며 “이상한 사람취급하고 학원 운영에 차질이 생기게 되는 건 아닐지”라고 우려했다.
반면 B씨 측은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결례에 사죄드리지만 일부러 그런 게 아니다”라며 “건물주와 합의한 상태였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제거 및 이동 비용이 만만찮아 조치가 힘들다”며 “투표가 끝나자마자 조속히 현수막을 제거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적으로 대형 현수막들이 대형 건물들에 나붙고 있다. 공직선거법 제58조의 3에 따르면 예비후보자의 선거사무소에 간판·현판 또는 현수막을 설치·게시하는 행위가 가능하다.
또 다른 문제는 이런 현수막은 대부분 한 번 사용하고 버려진다는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후보자들이 사용하는 현수막은 10만장이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간 폐현수막은 장바구니와 청소 마대 등의 제품으로 재활용됐지만 수요처가 많지 않아 약 80%가 소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총선에서 발생한 폐현수막 1739t중 23.5%만 재활용되고 나머지는 소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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