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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성폭력 피해 주장’ 여성 2개월 만에 부서 복귀… 2차 가해 논란

, 이슈팀

입력 : 2022-06-27 15:58:41 수정 : 2022-06-27 16:3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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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 내 성희롱·성추행 신고하자 따돌림
복귀 한 달 만에 상사로부터 성폭행
관계자, 피해자 찾아가 2차 가해 논란

포스코 여직원이 같은 부서 남자 동료들로부터 지속적으로 성폭력을 당했다고 고소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해당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를 격리해 추가 피해를 막을 의무가 있는 포스코 관계자들이 오히려 피해자를 찾아가는 등 2차 피해를 가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피해자 “직원 3명이 지속적인 성폭력”

 

27일 경북 포항 남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3년간 직원 3명으로부터 지속적인 성희롱과 성추행 등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과 관련해 최근 포항제철소 20대 여직원 A씨를 불러 고소인 조사를 진행했다.

 

A씨는 앞서 고소장에서 지난달 말 같은 건물(사택)에 살고 있던 상사 B씨가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주장했다. 또 경찰 조사에서 “지난 3년 동안 직원 3명이 회식 때 몸을 밀착시키는 등 성추행하거나 성희롱했다”고 진술했다. 이들이 받는 혐의는 특수유사강간과 성희롱과 성추행이다.

 

A씨는 50여명이 근무하는 포스코 한 부서에서 3년 넘게 일했는데 최근 잇따른 직장 내 성 비위로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결심할 정도로 고통을 겪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직장 상사 한 명이 지속적으로 성희롱 발언을 했다”며 “근무 시간에 모든 사람 앞에서 외모 평가나 음담패설로 모욕감을 줬다”고 말했다.

 

여기에 부서 회식이 있는 날 억지로 술을 마시도록 강요받고, 추행을 겪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부서를 총괄하는 상사가 수시로 옆자리에 앉아 술을 따르라고 했고 허벅지 안쪽까지 손을 넣기도 했다고 한다.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들은 회사 관계자를 통해 성폭력 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최근 A씨가 공개한 카카오톡 대화에는 “기억을 못 하지만, 어쨌든 실수를 인정한다”는 내용 등이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포스코는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을 냈다. 김학동 포스코 대표이사는 지난 23일 “최근 회사 내에서 발생한 불미스러운 성 윤리 위반 사건에 대해 피해직원 및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경찰 조사에 성실히 협조하는 한편, 자체적으로도 관련자들을 철저히 조사해 엄중히 문책하고 관리자들에게도 무거운 책임을 물어 피해직원의 억울함이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포스코에서 일어난 성폭력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50대 직원이 20대 신입직원을 성추행한 사건이 벌어졌고,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도 한 직원이 협력사 직원을 성희롱해 정직 3개월 징계를 받았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는 “이번 사태의 원인은 포스코의 군대식 조직문화 때문이다. 모든 문제는 경영진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A씨 2개월 만에 부서 복귀 왜… 피의자들은 혐의 부인

 

A씨는 지난해 12월 부서 상사 B씨를 성희롱 가해자로 포스코 감사부서에 신고했다. 그 결과 B씨는 감봉 3개월의 징계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B씨의 징계 이후 A씨는 부서 내 따돌림 등으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정신과 치료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올 2월18일 다른 부서로 전출됐지만 2개월만인 4월18일 원래 부서로 복귀했다. 포항제철소 부소장이 강압적으로 복귀하라고 종용해 어쩔 수 없었다는 게 A씨의 입장이다. A씨는 또 원래 부서로 복귀한 지 약 한 달 만인 지난달 29일 오전 2시30분쯤에는 같은 원룸 건물에 살고 있던 상사 C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A씨의 주장대로라면 포스코가 성폭력 사건에 대해 피해자 보호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못한 셈이다.

 

다만 포스코는 A씨와 부소장이 직접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복귀를 지시하거나 요구한 적이 없고, A씨의 요청으로 분리 조치가 종료됐다는 입장이다. A씨의 주장과 배치된다.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들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김학동 포스코 대표의 사과문이 발표된 지난 23일, 포스코 고위 관계자들은 A씨에게 사과한다는 명목으로 전화와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집을 찾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포스코 관계자들이 이 과정에서 가족에게까지 연락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회사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는 적지 않다. 시민단체인 직장갑질119가 2017년 11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접수된 364건의 직장 내 성희롱 관련 제보를 분석한 결과 피해자가 용기를 내어 신고했더라도 대다수는 오히려 직장 내에서 불이익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 내 성희롱이나 괴롭힘 모두 수직적 권력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탓에 성희롱 피해자가 다른 괴롭힘을 당하는 사례가 250건(68.7%)에 달했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기업은 피해자를 철저하게 보호해 마음 놓고 신고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제보를 분석해보니 오히려 불이익을 받았다고 말하는 피해자들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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