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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님, 차 사려면 흰색” 112 신고…피싱범 잡은 택시 기사의 기지

입력 : 2022-09-29 08:12:21 수정 : 2022-09-29 16:4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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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다발 담긴 쇼핑백 든 승객 의심 후 경찰 신고
지난 7월 1일 보이스피싱 수거책으로 의심되는 승객을 태운 채 지인과 대화하는 연기하며 경찰과 통화 중인 택시기사의 모습. 경기남부청 안성경찰서 제공

 

보이스피싱 수거책을 승객으로 태운 택시기사가 남다른 기지로 경찰의 체포를 도운 사실이 알려졌다.

 

29일 경기 안성경찰서에 따르면 택시기사 A씨는 지난 7월1일 오후 4시10분쯤 경기도 안성시청 앞 대로에서 20대 여성 B씨를 태웠다. 장거리 승객이었던 B씨는 평택으로 향하던 중 원곡 119안전센터에 잠깐 들러달라는 부탁을 했다.

 

이에 A씨는 “안전센터는 어쩐 일로 가시냐”고 물었고, B씨는 “디자인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안전센터 부근에서 투자자를 만나 돈을 받기로 했다”고 답했다. A씨는 회사 법인통장에 입금하면 간단할 텐데, 직접 거래를 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고 한다.

 

안전센터에 도착 후 B씨가 하차하자마자 A씨는 112에 전화를 걸어 “택시 승객이 보이스피싱 수거책인 것 같다”고 신고했다.

 

이때 검은색 승용차가 나타났다. B씨는 이 차량에서 내린 사람으로부터 현금다발이 든 쇼핑백을 받아들고 다시 A씨의 택시에 탑승했다. 이어 목적지를 하남시로 변경했다. A씨는 “평택에 가자던 사람이 돈을 받아든 뒤 갑자기 하남에 가자고 해서 100% 범죄임을 확신했다”고 전했다.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이 검은색 승용차에 탑승한 사람으로부터 현금다발이 든 쇼핑백을 받는 모습. 경기남부청 안성경찰서 제공

 

그는 운행 중 경찰의 전화가 걸려 오자 평소 알고 지내던 동생과의 통화인 듯 연기를 펼쳤다. 택시 차종과 색상, 번호 등을 묻는 말에 “아우님, 차 사려면 ○○○로 사. 하얀색이 제일 좋아”라고 답하는 식이었다.

 

또 차 안에서의 모든 대화를 경찰이 듣고 파악할 수 있도록 전화를 끊지 않은 채 운행을 이어갔고, 장거리 운행을 핑계 삼아 B씨에게 “커피 한 잔 마시고 가자”며 안성휴게소로 들어갔다.

 

수화기 너머로 이런 대화를 들은 경찰은 휴게소로 곧장 출동해 대기, 사건 당일 오후 5시10분쯤 A씨로부터 B씨를 인계받았다.

 

경찰은 보이스피싱 조직의 현금 수거책 B씨를 사기 방조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이달 중순 검찰에 송치했다. B씨가 속한 조직은 피해자를 상대로 저금리로 대환 대출을 해주겠다고 속여 기존 대출금 상환 명목으로 현금을 가로채려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씨 덕에 피해 금액 4600만원을 전부 되찾아 피해자에게 돌려줄 수 있었다.

 

경찰은 전날 A씨를 ‘피싱 지킴이’로 선정하고 표창장과 신고 보상금을 수여했다. A씨는 “내게 직접적인 피해가 오지 않아도 내 주위 사람들이 피해를 볼 수 있으니, 그런 상황이 온다면 누구든 나처럼 하지 않겠느냐”고 소감을 전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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