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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기 회복 기대 컸는데… 휘청이는 ‘亞 최대 레고랜드’ [이슈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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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12-04 13:59:29 수정 : 2022-12-04 13:5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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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레고랜드, 개장 반년 만에 위기

국내 대표 관광지 발돋움 꿈꿨지만
놀이기구 멈춤·주차료 징수 등 잡음
3개월 휴장 공지에 회원·직원 ‘불똥’

강원도, 사업담당 GJC 회생신청 방침
채권시장 자금경색으로 이어져 논란
여야는 책임 문제 놓고 공방전 ‘시끌’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레고랜드)가 공식 개장 6개월여 만에 각종 논란으로 얼룩졌다. 개장 전만 하더라도 지역 경기 회복과 관광 활성화 등 효과를 기대했지만 연이어 터지는 악재 속, 이미지 실추 등 논란만 양산되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레고랜드 기반사업 담당을 위해 강원도가 출자한 강원중도개발공사(GJC)에 대한 기업회생 계획을 발표, 국내 채권시장의 불안감이 커지는 등 이른바 ‘레고랜드발 금융위기 사태’까지 불거졌다. 정치권에서는 ‘레고랜드 사태’와 관련해 최문순 전 지사와 김진태 현 지사의 책임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춘천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의 모습. 연합뉴스

◆공식개장 6개월여 만에 위기봉착한 레고랜드

‘아시아 최대 규모 테마파크’, ‘국내 대표 관광지 도약’ 등 장밋빛 전망만이 가득했던 레고랜드가 공식 개장 이후 6개월여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5월, 화려한 개장식과는 달리 개장 이후 놀이기구 멈춤 사고가 지속됐고 주차료 징수 논란 등 잡음이 이어졌다. 최근에는 3개월간 휴장 조치를 공지, 연간회원권 구매자는 물론 계약직 직원들의 원성을 샀다. 레고랜드는 동절기 놀이기구 관리와 유지·보수 등을 위해 내년 1월부터 3월까지 휴장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당장 일을 쉬게 된 직원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아이들을 위해 연간회원권을 구매한 A씨는 “사전 공지도 없이 이미 결정을 하고 통보하듯이 휴장계획을 발표했다”고 비판했다.

강원평화경제연구소는 논평을 통해 “중도개발공사와 레고랜드 테마파크에 직간접으로 7000억원의 도민 혈세를 투자한 것은 지역경제 활성화나 주민 소득증대, 일자리 창출이라고 밝혀왔다”며 “그러나 이번 휴장에 따라 인근 자영업자뿐 아니라 지역경기는 다시 ‘겨울’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연구소는 “다수의 계약직 직원도 일자리를 그만두어야 하는 등 대규모 실업이 발생하지만, 그 피해와 대책은 어디까지인지 기초적인 조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레고랜드 개장과 함께 기대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KT빅사이트가 통신 데이터를 기반으로 레고랜드 방문객 추이를 분석한 결과 지난 5월 공식개장 및 어린이날 특수로 약 20만1000명의 방문객을 끌어모았다. 하지만 이후 방문객은 지난 9월 기준 13만9000명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목표치인 연내 누적 방문객 200만명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기에 레고랜드가 11, 12월 두 달간 평일 기준 총 15일을 휴장하기로 하면서 방문객 규모는 더욱 하락할 전망이다.

 

◆논란 속 레고랜드… 이번에는 금융위기 사태 중심으로

이런 가운데 최근 ‘레고랜드(發) 금융위기 사태’까지 발생, 레고랜드를 둘러싼 논란은 금융시장과 정치권까지 확산했다.

이번 금융위기 사태는 김 지사가 레고랜드 기반조성사업을 했던 GJC에 대한 회생신청 방침을 밝히면서 시작됐다. 앞서 도는 GJC의 레고랜드 기반조성사업 추진을 위해 2020년 BNK투자증권을 통해 2050억원 규모의 유동화증권(ABCP)을 발행, 채무 보증을 섰다.

GJC가 해당 채무를 갚지 못할 경우 도가 대신 이를 상환해야 하는 구조다. 당초 GJC는 채무 전액을 상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사업 지연 및 유적박물관 건립 등 추가 비용이 증가되면서 도 추산 GJC의 적자 규모는 1000억원 이상으로 급증했다.

이에 김 지사는 2050억원의 보증채무를 도 재정으로 고스란히 갚아야 하는 상황에서 탈피, 기업회생을 통한 GJC의 경영정상화를 추진해 도에 돌아올 채무 규모를 줄이려고 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법원이 GJC에 대한 회생절차를 개시할 경우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사태로 전국 곳곳에서 지방공사채 발행이 유찰되는 등 지금까지도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논란은 곧장 정치권으로 확산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김진태발 금융위기 진상조사단’을 발족해 “레고랜드 사태는 강원도의 ‘고의 부도’로 시작됐다”며 “김 지사의 안일한 문제의식과 정부의 미흡한 대응으로 사태를 키웠다”고 비판했다.

도와 여당은 국회에서 관련 토론회 등을 공동 주최해 “전임 도정의 잘못을 김진태 지사에게 덮어씌우고 있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한기호(강원 춘천시·철원군·화천군·양구군을) 의원은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레고랜드 이슈의 본질을 무엇인가’ 토론회에서 “레고랜드 사태는 강원도정을 10여년간 이끈 최문순 지사의 잘못이 누적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진태 강원도지사(오른쪽)와 존 야콥슨 영국 멀린사 레고랜드 리조트그룹 총괄사장. 강원도 제공

◆김진태 지사·존 야콥슨 회장 면담 성사, 사태 해결 출발

레고랜드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자 도와 레고랜드 운영사 영국 멀린 엔터테인먼트(멀린)도 최근 비공개 면담을 갖고 사태 해결에 나섰다. 지난달 21일 김 지사와 존 야콥슨 멀린 레고랜드 총괄사장, 정광열 도 경제부지사 등은 강원도청에서 면담을 가졌다. 이날 면담은 멀린사의 요청에 따라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도는 레고랜드가 위치한 춘천 하중도 관광지 개발사업과 관련, 정상화 추진 배경과 목적 등을 설명했고 멀린사는 지역경제 기여 방안, 향후 투자 방향 등 계획을 공유했다.

김 지사는 면담에서 “GJC가 추진해 왔던 개발사업 과정에서 나타난 각종 문제점으로 인해 국민들과 지역 주민들에게 남겨진 의혹과 불신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콥슨 총괄사장은 “도와 함께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멀린사는 지역경제 기여를 위한 보다 적극적인 방안을 도와 함께 모색하겠다고도 약속했다.

특히 이번 면담에서 양 기관은 GJC에 대한 전반적인 경영 혁신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최근 국내 채권시장의 상황은 레고랜드 재무건전성과 무관하며 레고랜드의 정상적인 운영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했다.

이날 양측은 레고랜드 금융위기 사태의 촉매제가 된 GJC에 대한 회생신청, 경영진 교체 등 구체적인 혁신 방안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날 면담 이후 송상익 GJC 대표이사가 곧바로 사의를 표명, 그간 이어진 도와 GJC 간 갈등은 일단락됐다는 평가다.

사진=강원도 제공

◆강원도, 英 멀린사와 면담… 사태 확산 불끄기?

 

강원중도개발공사(GJC) 회생신청 방침을 세웠던 강원도가 최근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레고랜드) 운영사인 영국 멀린 엔터테인먼트(멀린)와의 면담 이후 변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최근 송상익 GJC 대표이사가 사의, 새로운 경영진으로 교체될 예정인 만큼 회생방침을 밝힌 지난 9월과 상황이 많이 변했다는 분위기다.

 

기업회생의 목적이 ‘경영정상화’에 있는 만큼, GJC 2대 주주인 멀린사와의 ‘경영혁신’ 동의만으로도 충분히 경영정상화가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반대로 기업회생 방침을 철회할 경우 이로 인해 촉발된 ‘레고랜드발 금융위기 사태’에 대한 책임론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 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를 두고 강원도의회에서도 날 선 비판이 쏟아졌다. 지난달 23일 진행된 경제산업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윤미 도의원은 GJC에 대한 법원 회생신청과 관련해 “GJC는 특수목적법인(SPC)으로 사업 목적을 달성하면 자연히 소멸하는 회사임에도 회생신청을 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며 “처음부터 강원도에서 정책적인 판단을 잘못했다”고 지적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도가 법률적인 판단에만 앞서 경제적 판단을 놓쳤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김기홍 도의원은 “행정기관인 강원도는 계획적이고 치밀해야 함에도 채권시장 파악도 하지 않고, 금리 인상 추세도 고민하지 않았다”며 “(채무) 변제 날짜를 지정한 뒤 회생신청 계획을 발표했으면 이렇게 사태가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강원도는 레고랜드 운영사인 멀린사와의 GJC 경영혁신 합의 등 최초 기업회생 방침을 세웠을 때와 여건이 변화됐다는 입장이다. 또 국내 금융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회생신청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현재 고려해야 할 상황이 더 생겼다고 본다”며 “(회생신청 이전에) 2050억원의 보증채무를 먼저 갚는 등 순서가 바뀐 점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GJC 대표이사가 사의, 새로운 경영진으로 교체되는 만큼 여러 부분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춘천=박명원 기자 03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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