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마약 소비국' 미국에서 7분마다 1명씩 사망에 이르게 하는 '죽음의 마약' 펜타닐이 남부 국경을 넘어 범람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 13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멕시코 국경을 통한 펜타닐 밀매 붐으로 미국 내 펜타닐 유통이 재앙적으로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올해 1~11월 미 정부에 압수된 펜타닐은 4만5,300파운드(약 2만㎏)를 넘는다. 2018년의 5,800파운드보다 약 7.8배 급증했다. 중국산 펜타닐이 상륙한 이후 멕시코 마약 카르텔까지 가세하면서다.
지난 10여 년 '마약과의 전쟁'을 벌였던 미국과 멕시코 간 공조마저 깨지면서 상황은 나날이 악화되고 있다.
이는 기록적인 사망자 수로 이어졌다. 지난해 미국에서 약물 오·남용으로 인한 사망자가 처음으로 10만 명(10만7,622명)을 넘어섰다. 자동차와 총기 사고 사망자 수를 합친 것보다 많을 정도다. 이 중 3분의 2가 펜타닐 오·남용으로 숨졌다.
미국에서 약물 문제는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펜타닐은 마약시장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주로 말기 암 환자에게 투약하는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은 헤로인보다 최대 100배 더 강력하다.
기존 식물성 마약과 달리 화학물질 조합만으로 단시간 내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합성 마약의 끝판왕'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작은 알약 형태라 운반도 쉽다. WP는 "멕시코 카르텔이 '비밀 공장'을 차려 직접 펜타닐 생산에 나섰다"며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들어오는 멕시코 차량 21만9,000대 중 극히 일부만 단속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데도 멕시코에서 들어오는 마약의 약 5~10%만 압수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상 펜타닐 밀매를 막는 건 불가능한 상황이다.
중국산이 판을 치던 2010년대 중반, 다크웹을 통해 우편 주문·발송됐던 펜타닐은 이제 미국 턱밑에서 생산·유통되고 있다.
2018년 멕시코 첫 좌파 성향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단속과 처벌 중심의 기존 '마약 전쟁'은 실패했다고 결론 내렸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취임 직후, 2008년 조지 W. 부시 정부 시절부터 시작된 양국 간 안보 협정 '메리다 이니셔티브'를 거부한 것도 그런 연유다. 이 협정에 기반해 미국은 멕시코에 마약 퇴치를 위한 무기와 기술, 훈련은 물론 33억 달러를 지원해왔다.
이처럼 마약 단속을 둘러싼 양국 간 파트너십이 무너지면서 멕시코 카르텔은 활개를 치고 있다.
마약 적발에 쓰였던 미국 정찰기의 멕시코 내 비행은 중지됐고, 새로운 약물 탐지 기술 도입도 중단됐다.
멕시코 특수부대가 미국과 협력했던 기지, DEA 소속 비행기 격납고 등도 폐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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