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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규칼럼] 세계 경제의 지각 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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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2-05 22:53:31 수정 : 2023-02-05 22:5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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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경기 둔화로 어려움 가중
신자유주의 사조 이젠 적용 안 돼
국제분업 대신 새 체제경쟁 돌입
변화 맞춰 ‘견월망지’ 지혜 요구

지금 세계 경기에 대해 세간의 관심도가 매우 높다.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 상당 부분이 원자재 가격 상승, 세계 경기 둔화 등 해외 요인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분기에는 수출의 대폭 감소 등으로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게다가 이제는 공공요금과 식료품 가격이 폭등함으로써 일상생활마저 위협받고 있다. 해외 경제 사정 악화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요즘 세계 경기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최근의 세계 경제 흐름에는 통상적인 경기 변동과는 차원이 다른 엄청난 변화가 뒤따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하여야 한다.

이종규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전 대구가톨릭대 초빙교수

사실 근래 바뀐 것이 너무도 많다. 한 때 완성되었다고 자랑하던 거시경제 이론이 무용지물이 되었다. 돈을 아무리 풀어도 물가가 안 오른다고 했지만 이제는 고물가가 일반화하였다. 유동성을 무한정 공급하던 중앙은행이 유동성 수속에 여념이 없다. 금융자금의 변덕스런 움직임으로 자산 가격은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공급 능력이 충분한 때도 있었지만 한순간에 공급 애로 상황을 맞이하였다.

바뀐 세계 경제 상황은 ‘신자유주의 이후 시대’로 표현되기도 한다. 지난 한 세대 이상 세계 경제를 지배하였던 신자유주의 사조가 이제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 상황을 어떻게 표현하든 분명한 것은 종전의 협력적 국제 분업 체계가 붕괴되었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차원의 체제 경쟁이 불가피해졌다는 점도 확실하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체제 경쟁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종전에 중시되었던 가격 경쟁력 이외에 또 다른 요소, 예컨대 윤리적 가치 등 형이상학적 요소가 중시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신자유주의 시대에는 자유무역이 모든 국민에게 혜택을 준다는 믿음에 따라 통상에 대해서는 윤리적 잣대를 적용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윤 극대화 행위에 수반되는 반윤리적 요소를 어느 정도 용인하는 경향마저 있었다.

그러나 자유무역의 혜택이 중국에 집중되면서 사정이 달라지기 시작하였다. 자유무역 확대로 선진국에서는 일부 지역 경제가 황폐해지고 빈부격차가 확대되었다. 경제 공동체를 붕괴시켰다는 점에서 자유무역은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여지가 생겼다. 한편 중국은 세계화의 혜택으로 크나큰 경제적 성과를 거두었고 이를 바탕으로 체제 정당성을 확보하였다. 문제는 그 정당성이 인권을 무시하고 전제주의 체제를 공고히 하는 데 이용되었다는 것이다. 선진국 일부 국민의 희생이 중국의 윤리 상황을 악화시키는 역설적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미·중 갈등은 이러한 인식에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지금 세계 주요 기업으로 하여금 미국 내 생산 시설을 확충토록 하는 소위 ‘완력에 의한 통상정책(muscular trade policy)’까지 구사하는 논거가 되었다. 다만 미국의 이러한 행태가 자국 중심의 윤리적 잣대를 적용한 것에 불과하다는 점은 한계이다. 세계 보편적 윤리 기준이 적용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세계 경제는 이제 새로운 형태의 체제 경쟁에 돌입하였다. 그것은 자본주의나 사회주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리고 미국과 중국 사이의 경쟁만으로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각국 나름의 생산 체계를 구축하는 식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도 이에 대비하여야 한다. 체제 경쟁에 적극 나서야 한다. 즉 보편적 윤리 가치를 반영하여 ‘완력에 의한 산업정책’을 능가하는 생산 체제를 구축하는 방안을 모색하여야 하겠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제품과 서비스에 우리의 문화와 얼을 얹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독자적 생산 체제를 구축한다면 우리 경제는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세계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경제 여건은 과거와 다를 것이다. 단순히 불경기가 끝나기를 기다려서는 안 된다. 세상이 어떻게 달라질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세계 경제의 구조적 변화 시점에 견월망지(見月忘指)의 지혜가 요구된다. 시급하지 않다는 이유로 근본 과제를 간과하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 안 될 것이다.


이종규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전 대구가톨릭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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