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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담임 맡기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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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2-07 22:58:00 수정 : 2023-02-07 22: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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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충남 홍성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이 수업 중 교단에 드러누워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동영상이 공개돼 충격을 줬다. 학생은 여교사를 촬영하는 듯한 모습이었는데 다른 학생들은 이를 말리기는커녕 웃고 떠들었다. 교사는 모른 체했다. “이게 학교냐”는 개탄이 터져나왔다. 최근 광주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생들의 싸움을 말리다가 책걸상을 넘어뜨리고, 학생의 반성문을 찢었다는 이유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기둥이 기울고, 서까래도 썩은 채 간신히 버티고 있는 교육 현장의 단면이다.

필자가 졸업한 지방의 한 고등학교는 30여년이 지났지만 3학년 학급 반창회를 한다. 담임 선생님과 제자들이 1년마다 모여 격의 없이 소주잔을 기울이며 당시 추억을 떠올린다. 반창회에 참석하는 담임 교사는 인품이 훌륭하고 정성껏 가르쳤다. 제자들의 진학·진로를 놓고 자기 일처럼 고민해 준 스승이었다. 중학교 때 담임 교사가 담대한 꿈을 꿀 수 있게 해주고 세심하게 살펴준 것도 잊지 않고 있다. 그만큼 담임 교사는 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소중한 존재다.

“담임을 맡겠다는 교사들이 없어 큰일입니다.” 3월 새 학기를 앞두고 일선 학교 교장들은 담임 교사 배정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교사들이 ‘힘들고 위험한’ 담임을 맡는 것을 갈수록 꺼리는 탓이다. 심지어 제비뽑기로 담임을 정하는 경우도 있다니 씁쓸하다. 어제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에 따르면 2022학년도 전국 중·고교 담임 11만295명 가운데 기간제 교원이 27.4%(3만173명)를 차지했다. 2013학년도만 해도 15%였지만, 매년 2∼3%포인트씩 높아져 올해는 30%에 육박할 전망이다. 고용이 불안정한 기간제 교사에게 담임을 떠넘기는 건 정상이 아니다.

과거에 비해 학부모·학생의 교권 침해 사례가 늘고 법적 책임을 지는 경우가 늘면서 담임 기피 풍조가 확산하고 있다. 젊은 교사들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가장 선호하고 있다. 그렇지만 교사는 학생을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인물로 길러내야 하는 막중한 사명이 있다. 정규직 교사들이 담임을 기피하면 교육과 학생 관리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교사가 월급쟁이로 전락하면 나라의 미래가 어둡다.


채희창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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