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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울, 김성태 지시로 2021년부터 조직적 증거 인멸

입력 : 2023-02-08 18:25:38 수정 : 2023-02-08 23:4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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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직원 12명 공소장 통해 확인

이화영 前 부지사 법카 등 사용 관련
김 회장 “문제 될 컴퓨터 정리하라”
하드디스크 부수고 본체는 익산 이송
복합기 스캔 내역·메일 계정 삭제도

檢, 법원에 수행비서 구속영장 청구
북송자금·횡령 등 흐름 추적에 전력
金, 금고지기 국내 소환 임박하자
“북송자금은 개인 돈” 주장했다 번복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지시로 쌍방울과 계열사 임직원들이 압수수색 등 검찰 수사에 대비해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하고 은닉한 사실이 공소장을 통해 확인됐다. 김 전 회장의 매제인 금고지기가 조만간 국내로 송환되면 최소 800만달러(약 101억원)의 ‘불법 대북 송금’을 둘러싼 자금 흐름 등 전모가 밝혀질 전망이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회장. 뉴스1

◆2021년부터 증거인멸… 金 “문제 될 컴퓨터 정리”

 

법무부가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실에 제출한 쌍방울과 계열사 전·현직 임직원 12명의 공소장에 따르면, 그룹 차원의 증거인멸이 시작된 건 2021년 가을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전 회장은 2021년 10월 중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쌍방울로부터 법인카드와 차량을 받아 쓴 것과 관련해 윤리경영실장 겸 감사인 A씨에게 “문제가 될 만한 부서의 컴퓨터를 미리 정리했으면 좋겠다”고 지시했다. 한 언론사가 해당 의혹을 취재 중이란 사실을 알게 되면서다. A씨는 부하 직원에게 윤리경영실 PC 3대의 하드디스크 파쇄를 지시했다.

 

김 전 회장은 2021년 11월 보도가 나가자 이 전 부지사 법인카드 사용 관련 자료가 있는 PC를 교체할 것을 지시했다. 임직원들은 이틀간 쌍방울 사옥 지하에서 폐쇄회로(CC)TV 전원을 끈 채 해당되는 컴퓨터들을 찾아내 하드디스크를 망가뜨리고, 본체는 전북 익산의 물류센터로 보내는 치밀함을 보였다.

서울 용산구 쌍방울그룹 본사. 뉴스1

이 같은 조직적인 증거인멸은 지난해에도 이어졌다. A씨는 지난해 5월24일쯤 수원지검 수사관에게 금융 계좌 추적용 압수수색영장의 범죄사실 등 수사 기밀 문건을 받아 부하 직원들에게 “수사 대응 문건을 작성하고 그 과정에서 사용한 PC와 노트북을 치울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사무실의 복합기 2대 스캔 내역, 직원의 사내 이메일 계정까지 삭제됐다.

 

임직원들은 김 전 회장의 도피는 물론, 조직적인 외화 밀반출도 적극 도왔다. 검찰은 계열사 광림의 부사장과 경영지원본부 담당 임원 등이 “수사관에게 압수수색영장의 범죄사실 출력물을 입수해 수사가 임박했음을 인지하고 김 전 회장을 해외로 도피시키기로 공모했다”고 결론 내렸다.

 

실제로 이들은 싱가포르행 항공권과 현지 호텔을 예약하는가 하면, 지난해 5월31일 공항에서 김 전 회장을 배웅까지 했다. 지난해 7월엔 김 전 회장을 만나러 가며 각종 음식물과 생활용품을 전달하고, 파타야 리조트에서 김 전 회장과 지내며 술을 마시고 골프를 쳤다. 태국 은신처를 마련하고 현지에서 쓸 휴대전화를 개통하게 해 준 것도 임직원들이었다.

 

임직원들은 2019년 1월24일쯤엔 관할 세관의 장에게 신고하지 않고 총 64만달러를 소지한 채 중국 심양으로 출국했다. 2019년 1월은 김 전 회장이 북측에 200만달러를 건넨 때다. 공소장엔 이들이 “심양 공항의 화장실 안으로 한 명씩 들어가 방용철 쌍방울 부회장에게 외화가 들어 있는 봉투를 건네주고 같은 날 모두 함께 귀국했다”고 적시됐다. 이들의 재판은 수원지법에서 다음 달 2일 시작된다.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의 해외도피를 현지에서 도운 수행비서 박모 씨. 연합뉴스

◆검찰, 수행비서 구속영장 청구… 자금 추적 ‘전력’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는 이날 김 전 회장의 해외 도피를 도운 혐의(범인 도피)로 수행비서 박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검찰은 아울러 불법 대북 송금, 횡령·배임 등과 관련된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김 전 회장 금고지기인 김모 전 쌍방울 재경총괄본부장 송환이 수사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김 전 회장은 검찰에 “회사 자금 흐름의 구체적인 내용은 김 전 본부장이 잘 알고 있다”고 진술했다. 김 전 회장은 또 북측에 전달한 자금은 회삿돈이 아닌 개인 돈이라고 했다가, 최근 자금 출처로 자신이 만든 착한이인베스트 등 페이퍼 컴퍼니를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착한이인베스트는 쌍방울 계열사 전환사채(CB) 발행 과정에서 주가 조작 등에 동원된 투자 회사다.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에서 직원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김 전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나노스(현 SBW생명과학) 등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페이퍼 컴퍼니에서 돈을 빌린 뒤 대북 송금 등에 썼고, 그 뒤 모두 갚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이 같은 수법으로 회삿돈 수백억 원을 횡령·배임한 것으로 보고, 김씨를 압송해 자금 조달 과정을 집중적으로 캐물을 방침이다.

 

김씨가 국내로 송환되면 김 전 회장과 해외 도피 생활을 함께한 4명 중 1명, 김 전 회장 조카인 서모씨만 남게 된다. 양선길 쌍방울 회장과 수행비서 박모씨는 송환됐고, 김씨도 이번 주 안에 송환될 전망이다.

 

서씨도 김 전 회장의 수행비서로 일했다. 김 전 회장이 태국에서 도피 생활을 할 때 요리와 잔심부름을 도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서씨가 김 전 회장과 지냈던 점을 감안하면 김 전 회장이 임직원이나 측근들에게 어떤 지시를 했는지 속속들이 알고 있을 것으로 보고, 태국 당국과 그의 뒤를 추적 중이다.


박진영·유지혜 기자, 수원=오상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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