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선 공약 이후 논의 활성화
인허가·심의 절차 신속 처리 방침
1000억 사업 예산 확보 등 난관
법정보호종 서식지 훼손 논란
정부 결정에 엇갈린 반응
강원도·양양군 등 적극 환영
환경단체들은 집단행동 예고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이 27일 정부의 조건부 협의(동의) 결정으로 사실상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강원도는 애초 2024년 상반기 착공할 계획이지만 인허가 및 심의 절차를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해 올해 안에 착공하는 등 사업을 서두르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환경단체의 거센 반발과 1000억원가량의 사업 예산 확보 등 난관이 많아 오색케이블카가 정상 운행하기까지는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설악산 케이블카 신규 설치 조건부 허가는 강원도가 설악산 설악동∼권금동 1.1㎞ 구간 운행을 개시한 첫 번째 케이블카(1971년 설치)에 이어 두 번째 케이블카를 설치하기 위한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를 신청한 1982년 이후 41년 만의 사실상 승인 결정에 해당한다.
환경당국은 전임 정부 시절엔 “환경적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부동의 입장을 취했지만,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2020년 12월 ‘입지 부적정(전략환경영향평가 검토기준) 사유는 위법·부당하며 (양양군의) 재보완 기회 없이 입지 부적정 전제하에 부동의한 것은 부당한 재량권 행사’라는 취지로 양양군의 부동의 처분 취소를 인용재결했다.
거센 찬반 논란에 휩싸였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신규 설치사업은 지난해 3월 대통령선거와 6월 제8회 전국동시 지방선거의 대표적인 강원지역 공약으로 대두하면서 논의가 활성화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달 10일 전북 전주에서 열린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환경은 자연을 활용하면서 보존하는 것”이라며 “사업이 반드시 진행되도록 환경부에 확인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중앙행정심판위의 인용재결 결정에 따라 원주지방환경청과 강원도, 양양군, 국립공원공단 등은 재보완 요구 항목 및 분야에 대한 협의·조정을 거쳐 2022년 6월 세부이행방안을 합의·서명했다. 이에 따라 양양군이 원주환경청에 환경영향평가서 재보완서를 제출했고 “입지 타당성보다는 재보완서에 제시된 환경영향 조사·예측 및 저감방안의 적정성 등을 검토해 ‘조건부 협의’ 의견을 제시했다”는 게 원주환경청의 설명이다.
양양군은 환경부에서 받은 조건부 협의를 토대로 행정안전부 지방재정투자심사를 받게 된다.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의 개발사업은 지방재정투자사업 심사를 통과해야 추진할 수 있다. 행안부는 설악산 내 새로운 케이블카 설치 필요성과 지자체 등의 소요자금 조달 및 원리금 상환 능력, 해당 사업에 대한 현지 주민들의 요구 등을 고려해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한다.
오색케이블카를 둘러싼 쟁점은 산양이나 희귀식물 등 법정보호종 서식지 훼손 여부이다. 상부정류장이 설악산 끝청 바로 아래 위치하기 때문이다. 이에 양양군은 법정보호종 서식 현황자료 및 일시훼손지 등에 대한 추가 식물조사 결과와 함께 상부정류장 위치를 기존 해발고도 1480m에서 1430m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케이블카 안전을 위해서는 지주(기둥) 높이 최대 예측풍속을 기존 초속 36.91m보다 높은 초속 40∼45m로 잡아 설계기준을 상향했다.
원주환경청이 제시한 조건들은 △서식지 기능 향상 방안 마련 △환경영향 저감방안 세부계획 수립 시 국립공원공단과의 협의 △환경영향 최소화를 위한 모니터링위원회 구성·운영 △착공 이전 시추조사를 통한 지반 안정성 확보 등이다. 이 같은 조건들은 사업 승인기관인 양양군이 사업계획을 승인할 때 반영했는지 확인해 원주환경청에 통보해줘야 한다. 사업계획 승인 시 조건(협의내용) 이행계획이 반영되지 않으면 환경청이 반영을 요청하게 된다. 협의내용이 이행되지 않으면 환경청이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고발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공사중지도 요청할 수 있다. 다만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 승인기관이자 사업주체로서 해당 사업을 ‘숙원사업’으로 꼽고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양양군이 조건을 미이행할 가능성은 작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이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통과하자, 강원 지역 사회와 환경단체의 의견은 극명하게 갈렸다. 지역사회에서는 ‘케이블카 운영 현실화’를 환영했지만,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국립공원 난개발의 빗장 열기’라는 질타의 목소리도 쏟아졌다.
찬반 의견은 27일 환경부 소속 원주지방환경청이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삭도 설치사업’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조건부 동의 의견을 사업추진자인 강원 양양군에 통보 전후 감지됐다. 강원도와 양양군 등 지자체와 주민들은 “수십년간 좌초 위기를 겪던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이 ‘정상 궤도’에 올랐다”며 환경부 협의를 반겼다.
김진태 강원도지사와 김진하 양양군수, 정준화 오색케이블카 추진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오후 강원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오색케이블카는 원래 자연과 인간이 상생하기 위한 친환경 개발사업으로 사업 추진까지 41년이 걸렸다”며 “154만 강원도민과 함께 환영하며 윤석열 대통령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11개의 인허가 절차와 각종 심의가 남아 있지만 신속한 사업 추진으로 연내 착공하겠다”며 “환경부가 제시한 환경영향평가 협의 내용도 꼼꼼히 이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을 반대해온 환경단체들은 성명을 내고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 ‘조건부 동의’ 결정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이번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을 시작으로 타 국립공원에서도 케이블카 설치사업 추진 요구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 관련 논란은 전국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수년 전부터 지리산, 북한산, 속리산, 무등산 등에서도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사업 추진 움직임이 있었다. 이들 지역은 국립공원인 설악산에 케이블카 설치가 가능해진 만큼 타 지역으로의 사업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지리산의 경우 과거 설악산과 함께 국립공원 케이블카 시범사업에 도전했다가 탈락, 사업 추진 요구가 거셀 것으로 예측됐다.
이처럼 전국 국립공원에 ‘케이블카 설치사업’이 난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환경단체는 집단행동까지 예고하는 등 대정부 투쟁 수위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과 케이블카반대설악권주민대책위 등은 성명에서 “환경부에 더 이상 국립공원의 내일을 맡길 수 없다”며 “오늘의 설악산을 시작으로 전국의 국립공원 개발의 빗장이 열렸다”고 비판했다. 또 “윤석열의 환경부는 이명박과 박근혜의 환경부로 회귀했다”며 “우리는 명명백백하게 판단하고 그에 맞선 강력한 저지투쟁을 전개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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