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용자원 총동원 외연 확장 필요
韓 “당 안 가리고 많은 분 만날 것
정부·여당 국민 위해 일하고 협력”
친윤 지지 추대… 尹心 치중 우려
윤재옥 “신뢰 기반 더 소통 잘될 것”
‘특검법’ 수정해 총선 후 수용 입장
이재명 “현 위기상황 모면용 꼼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이 공식화하며 여당 안팎에서는 정치 신인인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앞으로 산적한 과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이목이 쏠렸다. 특히 총선 승리를 위한 당내 비주류 통합과 대통령실과의 관계 재정립 등 이전 지도부의 맹점으로 꼽혔던 과제들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 대야 이슈를 풀어나가는 것이 급선무로 꼽힌다.
◆韓 비대위, 비주류도 끌어안을까
21일 법무부 장관직에서 사의를 표명하고 이임식을 치른 한 전 장관이 비대위원장으로서 해결해야 할 첫 과제로는 당내 통합이 거론된다.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분열된 당의 자원을 최대한 끌어모아 활용하고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여권의 이 같은 통합 요구를 의식한 듯 한 전 장관도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진행된 이임식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은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정당이다. 다양한 목소리가 최대한 많이 나올수록 더 강해지고 유능해지고 국민에게 봉사할 수 있는 정당”이라며 “다양한 목소리를 듣되 결과적으로 하나의 목소리를 내면서 이겨야 할 때는 이기는 정당으로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당 비주류와 만날 가능성도 열어뒀다. 한 전 장관은 이준석 전 대표 등을 만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저는 당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생각을 가진 많은 분을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만 “특정한 사람에 대해 따로 생각한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는 오는 27일 신당 창당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다만 한동훈 비대위에 여권의 모든 관심이 쏠려 이 전 대표에 대한 관심도가 급격히 낮아진 만큼 신당 창당 동력이 상당히 떨어지는 모양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에서 한 전 장관이 만나자고 요청할 경우 “저는 누구나 만나기 때문에 만날 수 있다”면서도 “피상적인 대화로는 지금의 문제가 아무것도 풀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저는 만남을 회피할 생각은 없지만 기대가 없다”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이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 등 당내 비주류로 분류되는 인사들을 모두 끌어안는 것이 한동훈 비대위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하 의원은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 최대한 우리 편을 많이 늘리고 끌어안아야 한다”며 “한 전 장관이 이 전 대표나 유 전 의원도 만나야 하고, 함께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데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對용산 관계·김건희 특검법 시험대
이전 지도부와 혁신위원회 등에서 한계로 지적된 대통령실과의 수직적 관계를 한동훈 비대위가 재정립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 전 장관이 비대위원장으로 지명되는 과정에 친윤(친윤석열)계가 적극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한동훈 비대위도 대통령실의 영향력에서 자유롭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상당하다.
윤재옥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한동훈 비대위 체제에 대해 ‘대통령 직할 체제’라는 비판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오히려 한 전 장관과 (대통령실이) 신뢰 관계가 있기 때문에 소통의 질이 훨씬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진솔한 소통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 전 장관은 이날 이임식 후 기자들을 만나 당정 관계에 대해 “대통령이든 여당이든 정부든 모두 헌법과 법률의 범위 내에서 국민을 위해 일하고 협력해야 하는 기관이라는 기본을 저는 잘 알고 있다”며 “(정부·여당 간의) 시너지를 잘 이해하고 활용해 국민께 필요한 정책을 실천에 옮기겠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 전 장관의 면직안을 지체 없이 재가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 장관이 국민의힘으로부터 비대위원장직을 요청받은 상황에서 국무위원으로서 직을 더 유지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해 사의를 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윤 대통령은 그런 점에서 사의를 수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장관이 후임자 지명 전에 사직한 것에 대해선 “공백이 생기지 않게끔 절차 등을 잘 지켜가면서 빈틈없이 할 것”이라고 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관련해 돌파구를 찾는 것 역시 한동훈 비대위의 중요한 시험대다. 한 전 장관은 지난 19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특검법에 관해 “법 앞에 예외는 없다”면서도 “그 법안들은 독소조항까지 들어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일부 독소조항을 제거하고 총선 후로 시기를 조율한다면 특검법을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8일 특검법 처리를 강행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한 전 장관에 대해 “비대위원장으로 취임하시는 거 축하드린다”며 “집권 여당 책임자로서 주어진 책임을, 또 임무를 잘 수행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 장관이 최근 시사한 ‘총선 후 김건희 특검’에 대해선 날을 세웠다. 이 대표는 “총선 후에 할 생각이었으면 총선 한참 전에 했으면 되지 않나”라며 “결국은 시간을 때우고 지금 현재 위기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꼼수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론스타·국정농단 수사 호흡 맞추며 ‘굵직한 성과’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지명되면서 검사 시절 때부터 이어져 온 윤석열 대통령과의 인연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 지명자가 검사 생활 3년 차인 2003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로 발령 나면서 윤 대통령과 첫 인연을 맺었다. 윤 대통령과 한 지명자는 중수부에서 SK그룹 분식회계, 현대차그룹 비리, 대선 비자금, 외환은행 론스타 매각 사건 등을 함께 수사하며 굵직한 성과를 냈다.
두 사람이 다시 호흡을 맞추게 된 것은 2016년이다.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팀에 투입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30명을 재판에 넘기는 등 수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두 사람은 고락을 함께하는 ‘운명 공동체’가 됐다. 문재인정부 첫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윤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한 지명자는 반부패 특수수사를 총괄하는 3차장검사로 발령돼 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2019년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에 임명되자, 한 지명자 역시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 이후 문재인정부에서 두 사람의 입지는 좁아지기 시작했다. 특히 한 지명자는 부산고검 차장검사,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사법연수원 부원장 등으로 재차 좌천되며 비수사 보직을 전전했다.
윤 대통령과 한 지명자는 13세 차이지만 ‘늦깎이’와 ‘소년 급제’로 만난 덕에 사법연수원 기수는 4기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한 지명자는 검찰에서 근무하던 시절에 사석에서 윤 대통령을 ‘형’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검찰 내부에선 한목소리로 “윤 대통령이 검찰 조직 내에서 가장 신뢰한 사람이 한 전 장관이었다”고 평가한다. 윤 대통령은 내각의 첫 법무부 장관으로 한 지명자를 깜짝 발탁했다.
한 지명자는 2022년 4월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직후 “그분(윤 대통령)과 같이 일할 때 연에 기대거나 서로를 맹종하고 끌어주고 밀어주는 관계가 아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9일에도 “지금까지 공직 생활을 하면서 공공선을 추구한다는 한 가지 기준으로 살아왔고, 그 과정에서 누구도 맹종한 적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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