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경 등 범야 ‘K정치연합’ 제안
韓 “李, 측근 나눠먹기 하려” 비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선거제 개편을 두고 결단을 차일피일 미루는 가운데 30일 당 안팎에선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해 야권 비례연합 전선을 구축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다. 비례연합은 위성정당 창당이나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이 대표가 운을 띄웠던 병립형 비례제 회귀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선거제 개편의 마지막 열쇠를 쥔 이 대표의 신년 기자회견을 하루 앞두고 압박 수위를 끌어올린 모양새다.
정의당 김준우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진보당, 녹색당, 노동당과 함께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에 현행 준연동형을 유지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민주당에서 병립형 회귀 움직임이 나오는 것과 관련 “준연동형이 정답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병립형이 오답인 것은 분명하다. 권역별 병립형이 더더욱 오답인 것도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기본소득당 오준호 공동대표는 준연동형 유지 촉구에 더해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촉구했다. 전날 이래경 전 민주당 혁신위원장 등 진보진영 원로들도 범야권 비례연합정당, ‘K정치연합’ 참여를 촉구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21대 총선 때 등장한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을 되풀이하자는 제안으로 보인다. 당시 우희종 서울대 교수 등 진보진영 인사들은 플랫폼 정당 ‘시민을위하여’를 창당했고, 이후 민주당 불출마 인사들이 합류하면서 기호 5번 ‘더불어시민당’으로 당명을 확정했다.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일방적 선거제 처리를 이유로 위성정당(미래한국당)을 창당함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총선이 70일 앞으로 다가온 이날까지도 여전히 선거제 방향에 관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다. 지도부는 의석 확보가 중요하다며 병립형 선호 의견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탄희 의원 등 당 의원 80여명은 준연동형을 유지하되, 선거연합정당을 택하자는 입장이다.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은 비례의석 30%를 소수정당에 배분하는 병립형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대안으로 내놨다.
병립형을 고수하는 국민의힘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문제 핵심이 이 대표에게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 위원장은 이날 중앙당사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이 대표가 비례대표 후보로 나서고 싶어하고, 소위 말하는 이 대표 주위 진영 몫을 나눠 먹기 쉽게 하려는 것”이라며 “왜 국민이 민주당 눈치를 봐야 하나. 정신 차리라고 말하고 싶다”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정신 차리고 부끄러워해야 하는데, 왜 그런 분들만 민주당 주류로 모이는가”라며 “그 자리 가면 그렇게 되는 건가.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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