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6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이 2%로 낮아진다는 더 큰 확신에 이르기까지 기존 기대보다 더 오랜 기간이 걸릴 것 같다고 밝혔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소매판매 지수 등이 기대치를 웃돌고, 미국 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예고한 가운데 파월 의장이 기준금리 인하 신중론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르면 6월 기준금리를 인하를 시사했던 연준이 금리 인하 시기를 더욱 늦추면서 긴축 기조를 예고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파월 의장은 이날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캐나다 경제 관련 워싱턴 포럼 행사에서 “최근 경제 지표는 확실히 더 큰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면서 “오히려 그런 확신에 이르기까지 기대보다 더 오랜 기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즉, 현 통화정책 수준이 우리가 직면한 위험에 대처하기에 좋은 지점에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월 의장은 “최근 지표는 견조한 성장과 지속적으로 강한 노동시장을 보여준다”면서 “동시에 올해 현재까지 2% 물가 목표로 복귀하는 데 추가적인 진전의 부족(lack of further progress)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한다면 현재의 긴축적인 통화정책 수준을 필요한 만큼 길게 유지할 수 있으며, 동시에 노동시장이 예상 밖으로 위축된다면 그에 대응할 수 있는 상당한 완화 여지를 두고 있다”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지난 3일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포럼 모두발언에서 “최근 데이터는 견조한 성장, 강하지만 균형을 되찾고 있는 노동시장, 때로는 울퉁불퉁한 경로를 따라 2%로 하락하는 인플레이션이라는 전반적인 상황을 실질적으로 바꾸지는 않는다”고 물가 상승세 둔화 흐름에 무게를 실었는데, 이날 발언에서는 물가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에 더 힘을 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분기 동안의 견고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연준이 예상치 못한 경기 둔화 징후 없이 올해 금리를 인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파월의 발언은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 수치가 3개월 연속 발표된 이후 연준의 전망에 분명한 변화가 있음을 시사했으며, 이는 연준이 올여름 선제적인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꺾었다”고 평가했다.
연준이 올해 0.25%포인트씩 3차례 금리 인하를 예고한 바 있다. 다만 1월과 2월, 3월까지 물가 상승률이 시장 전망치를 웃돌면서 연준이 금리 인하 횟수를 줄일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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