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부터 폭력 휘두르다 대학도 피해자 따라 진학…지인들 있을 때도 때려
폭행과 사망의 인과관계 불분명하다며 체포 불승인…‘가해자 유흥 즐긴다’ 증언 나와
20대 여성이 전 남자친구에게 폭행을 당해 병원에서 치료 받다 숨진 가운데, 불구속으로 풀려난 가해자가 술자리를 즐기는 등 거제시를 자유롭게 활보하고 있다는 증언이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7일 경남경찰청은 전 여자친구를 주먹으로 여러 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로 김모(20)씨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 1일 오전 8시쯤 경남 거제시 고현동에 있는 여자친구 이효정(20)씨의 원룸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 자고 있던 이씨를 무참히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폭행 당한 이씨는 왼쪽 얼굴이 심하게 붓고 눈에 피멍이 들었으며, 목 졸린 자국도 선명했다. 뇌출혈(외상성 경막하출혈) 등 전치 6주 진단을 받은 이씨는 거제의 한 병원에 입원 중이던 지난 10일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 ‘사물이 보이지 않는다’고 호소하다 중환자실로 옮겨진 그는 끝내 20살의 짧은 생을 마쳤다.
숨진 이씨의 친구 A씨는 이씨 사건을 다룬 영상에 댓글을 달아 “이런 와중에도 가해자는 술먹고 잘 돌아다니고 있습니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씨의 어머니를 향해선 “효정이 왼쪽 얼굴이 많이 부어서 죄송합니다“라고 울먹이던 김씨가 피해자 사망에도 불구하고 아무 제재없이 놀러다니고 있다는 것이다.
A는 “제발 널리 퍼져서 꼭 처벌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정이가 폭행당한 전날에 같이 술 먹으면서 미래에 대한 얘기를 했습니다. 햇빛 잘드는 집으로 이사가고 싶다고. 따뜻한 집으로 가서 강아지 뚜미와 잘 살고 싶다고. 제발 따뜻한 곳에서 편히 쉴수 있도록 모두 도와주세요”라고 호소했다.
김씨와 이씨는 헤어진 사이였으나, 김씨는 사건 전날인 3월 31일이 만난지 300일 되는 기념일이라며 “왜 나와 있지 않고 다른 친구랑 술을 마시냐”고 이씨에게 수십 차례 전화를 걸었다. 이씨가 김씨 번호를 차단한지 얼마 되지 않아 김씨가 집에 침입했고, 약 한 시간에 걸쳐 이씨를 폭행하고 감금했다.
숨진 이씨를 향한 김씨의 집착은 지속적이고 집요했다. 두 사람은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교제를 시작했는데, 이때부터 이씨가 숨질 때까지 3년 여 동안 폭력이 자행됐다. 이씨가 친구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보면 “나 때리는 거 일상이다”‧“남자친구에게 맞았는데 배를 발로 차였다” 등 상습 폭행의 정황이 담겨있다. 김씨가 다른 사람들이 있을 때도 서슴 없이 이씨를 폭행하거나 가까운 편의점에도 못 가게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심지어 김씨는 이씨가 경산의 한 대학 간호학과에 진학하기로 하자 하향지원하면서까지 이씨를 쫓아갔다. 이씨의 후배 B씨는 JTBC ‘사건반장’을 통해 “(김씨가) 더 좋은 대학교에 갈 수 있었는데 언니랑 같이 있고 싶다고 따라갔다”고 전했다. 대학 진학 후 더 심해진 스토킹에 이씨가 휴학을 결정하고 거제로 돌아오자, 김씨도 이씨를 따라 거제로 향했다.
이씨가 사망함에 따라 경찰은 김씨의 혐의를 상해치사로 바꾸고, 지난 11일 오전 1시22분 김씨를 긴급 체포했다. 하지만 김씨는 약 8시간이 지난 11일 오전 9시20분 풀려났다. 검찰이 김씨에 대한 체포를 불승인하면서다. 김씨가 폭행을 인정하는 등 수사에 협조했으며, 폭행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에 가족들은 장례 절차를 중단하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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