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4·10 총선 2주가 지난 24일 국민의힘 현역의원 50여명을 청와대 영빈관으로 초대해 점심을 대접했다. 이들은 22대 국회에선 볼수 없는 사람들이다. 출마했다 낙선했거나 공천 자체를 못 받았거나 스스로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이다.
이 자리에서 낙선자들은 "친윤 지도부를 구성하면 안된다" "윤 대통령이 소통과 통합을 하지 못했다" 등 쓴소리를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윤 대통령은 "성찰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스1에 따르면 오찬에 참석한 국회의원들은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당내 다양한 목소리를 보장해야 한다" "국무총리와 장관에게도 권한과 책임을 나눠줘야 한다"는 등 쓴소리를 전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미흡했다. 앞으로 성찰하겠다"며 유감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분한 분위기 속에 약 1시간30분 동안 진행된 이날 오찬 회동에서는 당과 정부의 쇄신을 위한 의견을 교환하고 총선 패인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지역구를 옮겨 낙동강 벨트 탈환에 도전했던 5선의 서병수 의원은 "과거와 달리 정치적 양극화가 심각한 상황이다보니 중도를 얼마나 설득하느냐가 선거의 성패를 가르게 된다"며 "당에서 소외되고 거리가 있던 사람들도 함께 끌어안아 외연을 확장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與낙선자들 “‘친윤’ 지도부 구성 안돼”
서 의원은 "국무총리와 장관에게 대통령의 책임과 권한을 나눠주고, 잘못하면 질책도 해야 한다'고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낙선자들은 "문재인 정부와 반대로 가고 있나"라고 묻는 등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한 낙선자는 "3년 전에 전 정부 대선 때 문재인 정부가 하는 것을 반대로만 하면 된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우리가 상태를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소통을 나름대로 한다고 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했는가"라고 반문했다.
정치 1번지 종로에서 낙선한 최재형 의원은 "당내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보장해 의견이 다르더라도 지향점이 같다면 우리와 함께 갈 수 있는 많은 사람과 연합해야 한다"면서 "지금까지 해 온 모든 것들을 바꾸고 고쳐보겠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 의원은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 위주로 (사람을) 쓰지 말고, 광범위한 사람들을 포용해야 한다"고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구를 옮겨 험지 서울 구로을에 출마했다 고배를 마신 태영호 의원은 "이주민, 중국 동포 등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며 "저출산 시대를 맞이해 속인주의를 고수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 불출마한 우신구 의원은 "수도권 선거 전략을 잘 짜서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며 "대오각성하지 않으면 앞으로의 선거에서도 어려움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尹 “‘원팀’으로 정권 만들어…다시 협력하자”
경기 광명갑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가 경선에 불참한 최승재 의원은 "여기 모인 사람들은 모두 윤석열 정부를 탄생시킨 사람들이다. 윤석열 정부가 성공하는데 의무감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앞서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우리는 민생과 이 나라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정치적 운명 공동체"라고 강조했다.
또 "최일선 현장에서 온몸으로 민심을 느낀 의원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국정을 운영하는 것이 대통령으로서의 도리"라며 "국회와 민생 현장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아 온 여러분들의 지혜가 꼭 필요한 만큼, 여러분들의 고견을 많이 들려달라"고 말했다.
윤재옥 당 대표 권한대행은 "국민이 요구하는 협치를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여러분들의 역할이 필요하다"며 "나라와 당을 위해 소통과 조언을 계속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여러분들은 제가 정치를 시작할 때부터 함께한 동료들이자 한 팀"이라며 "당정의 역량이 튼튼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저출생·탈북민 관련 정책, 당사 사무공간 이용 등 사회 현안 정책 방향부터 실무적 건의가 폭넓게 제기됐다. 윤 대통령은 의견을 내기보단 주로 경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예전에 비해서는 그래도 좀 차분한 분위기였다"며 "또 다른 의원은 '반윤'처럼 돼 있었는데 '좀 따뜻하게 하면 잘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대통령이 가까이서 보면 사람이 서글서글하고 시원하다. 이렇게 옆에서 스스럼 없이 얘기하지 않나"라며 "그런데 멀리서 보면 굉장히 딱딱하게 보이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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