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입 대신 롤러 회전해 이물질 제거
고체든 액체든 한 번에 청소 가능해
롤러에 세탁세제 묻으면 거품 발생
성능 확실…2∼3번 왕복하면 다 지워
오수통 투명 여부 선택 가능했으면
다이슨이 바닥 청소에 최적화된 물청소기 ‘워시G1’을 출시했다. 27일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입수해 사용해봤다.
워시G1을 써보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흡입력 없이 먼지를 제거하는 청소기’라서다.
일반적인 물청소기는 이물질을 ‘빨아들여’ 제거한다. 진공 흡입 방식이다. 이때 주스 등 액체를 진공 흡입하면 액체가 모터 등 청소기 내부 부품에 닿아 고장나기도 한다. 또 이물질과 함께 빨아들인 공기가 실내로 다시 배출될 때 먼지 필터 안에 쌓인 악취가 함께 나오기도 한다.
워시G1은 진공 흡입 대신 롤러를 사용해 이 같은 우려를 원천 차단했다. 두 개의 롤러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며 먼지를 청소기 헤드 안쪽으로 모아 제거한다. 이물질이든 액체든 청소기 고장을 염두에 두지 않고 한 번에 밀 수 있어 꽤나 편리하다.
그럼 진공 흡입 없이 롤러만으로도 이물질을 잘 제거할 수 있을까. 실생활에서 바닥에 흘릴 수 있는 오물과 음식물로 여러 테스트를 진행했다. 음식물은 낭비를 막기 위해 먹고 남은 것을 재활용했다.
워시G1은 오염도에 따라 3가지 물 공급 모드와 맥스 모드를 선택해 청소할 수 있다. 숫자가 클수록 물 공급량도 많다.
우선 젖은 머리카락. 1단계로도 한 번에 깔끔하게 제거할 수 있었다. 촉촉한 빵가루도 마찬가지였다. 워시G1을 너무 얕본건가.
이번엔 신발장 바닥에 언제부터 있었는지도 모르겠는 찌든 얼룩으로 향했다. 다이슨은 찌든 때와 얼룩엔 3단계를 추천하지만, 1단계로도 제거할 수 있을지 실험해봤다. 왕복 4번 정도 문지르자 얼룩이 깨끗이 지워졌다.
액체와 고체가 섞인 오염물질은 어떨까. 아이들이 우유를 탄 씨리얼을 가져가다가 바닥에 쏟는다면? 2단계로 오염 부분을 두 번 왕복하니 감쪽같이 제거됐다. 걸쭉한 떡볶이 국물과 어묵도 2단계면 충분했다. 바닥에 음식물을 자주 흘리는 아이들이 있는 집에서 유용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 고기를 굽고난 후 뒤처리도 편리했다. 주방과 마룻바닥에 도포된, 눈에 보이지 않는 미끌미끌한 기름도 3단계로 돌리면 뽀득뽀득하게 제거할 수 있었다.
좀 더 걸쭉한 액체는 없을까. 머릿속에 세탁세제가 스쳐지나갔다. ‘당장 하자.’
세탁세제도 3단계로 두 번 정도 밀자 깔끔하게 제거됐다. 감탄이 나왔다.
영상으로 담기 위해 한 번 더 바닥에 세탁세제를 뿌렸다. 이번에도 3단계로 놓고 바닥을 밀었다.
갑자기 청소기 헤드 부분에서 거품이 걷잡을 수 없이 새어나왔다. 당황한 손짓으로 청소기를 밀면 밀수록 마루가 거품으로 채워졌다.
사실 거품이 나는 게 당연하다. 워시G1은 회전하는 롤러에 물을 공급해 닦아내는 방식이라서다.
일반적인 물청소기는 걸레에 한번 물을 묻히거나 바닥에 물을 분사하는 식으로 수분을 공급한다. 워시G1은 26개의 분사구를 통해 회전하는 롤러 전체에 직접 물을 뿌린다. 청소기를 켜면 바닥의 얼룩을 제거하는 동시에 롤러도 깨끗한 물에 씻겨지는 셈이다. 항상 깨끗한 걸레로 청소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결국 손에 비누를 묻히고 물과 함께 문지르면 거품이 나듯, 세탁세제가 스며든 롤러에 계속 물을 뿌리면서 바닥과 마찰시키니 세제 거품이 가득 생긴 것이다.
롤러에서 세제를 제거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롤러를 분리해 직접 닦아봤지만 여전히 거품이 생겼다.
다행히 자동 세척 모드로 한 숨 돌릴 수 있었다. 자동 세척 모드는 롤러부터 제품 내부까지 깨끗한 물로 알아서 세척한다. 자동 세척 한 차례에는 2분20초 정도 소요됐다. 4∼5번 정도 실행하니 오염수만 분리해 담는 오수통에 더 이상 거품이 쌓이지 않았다.
성능은 확실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다이슨은 워시G1의 특장점으로 이물질과 오염수를 서로 분리하는 시스템을 자랑한다. 오염수는 오수통에, 이물질은 탈착식 먼지 트레이에 분리해 손 대지 않고 깔끔하게 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용 결과 가끔 먼지 트레이에도 오수가 모여있어 축축한 먼지를 비워내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드물긴 하지만 청소 중 이미 제거했던 오물이 물과 함께 청소기 헤드에서 튀어나오기도 했다. 먼지 트레이를 자주 비우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염수가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오수통’은 장단점이 혼재했다. 눈으로 직접 오염수를 볼 수 있어 청소가 잘 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지만, 우유나 떡볶이 국물 등을 제거했을 때 투명한 오수통에 진한 색상의 오염수가 채워지는 모습은 미관상 좋지 않았다. 취향에 따라 반투명 혹은 불투명한 오수통을 선택할 수 있으면 좋았겠다.
무게도 4.5㎏으로 꽤나 무거운 편이다. 청소기를 거치대에서 꺼내고 다시 넣을 때 묵직함이 느껴졌다. 다만 청소할 땐 무게중심이 기기 아래인 청소기 헤드 쪽으로 잡혀있어 손목에 무리는 없었다.
워시G1은 바닥 청소에 특화한 청소기다. 카펫, 시트 커버, 매트리스 등도 청소할 수 있는 진공청소기를 완전히 대체할 순 없다는 뜻이다. 다만 바닥이 집안 청소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같은 시간과 노력으로 진공청소기보다 더 깨끗하게 바닥을 청소할 수 있다는 점이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할 것으로 보인다. 권장 소비자가격은 89만9000원.
‘이동 중’은 핑계고, 기자가 직접 체험한 모든 것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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