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 주택가격 동향 분석 결과
부동산 PF 사업장 이자 부담은 낮아져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 단행으로 한국은행도 이를 뒤따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진 가운데 국내에서 대출 금리가 0.25%포인트 떨어지면 1년 후 서울 집값이 전국 평균보다 두배 가량 더 상승한다는 한은의 분석 결과가 나왔다. 금리가 하락하면 주택 매수심리와 가격 상승기대가 강해져 가계대출 증가를 촉진할 가능성이 큰 만큼 선제적인 거시건전성 관리가 필요하다는 게 한은의 지적이다.
한은은 26일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금융안정회의) 후 발표한 ‘2024년 9월 금융안정 상황’에서 연준을 포함한 주요국의 금리 인하 결정 등으로 금융여건 완화 기대가 강화되고 금융불균형이 축적될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불균형은 자산가격 상승을 동반한 신용 팽창을 뜻한다. 가계·기업의 신용(부채) 수준이 국내총생산(GDP) 등 실물경제 수준과 비교해 과도하게 늘어나면 금융불균형이 깊어져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을 높이고 경기회복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시점은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대출 급증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한은에 따르면 2000년 이후 대출 금리가 0.25%포인트 하락하면 전국 주택가격 상승률은 1년 후 0.43%포인트 올랐다. 특히 서울은 0.83%포인트 올라 전국 평균보다 상승폭이 2배가량 큰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시장금리가 크게 하락했던 올해 2분기 이후 주택매매 가격은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외 통화정책 전환(피벗) 즉 금리 인하 기대가 시장에 선반영되는 과정에서 주간 매매가 상승률이 0.2%를 넘는 서울지역 자치구가 7~8월 중 15개를 넘어서기도 했다. 0.2%씩 누적되면 연 상승률은 10%에 달한다. 최근에는 인천·경기 등 수도권으로 가격 상승세가 확산하는 조짐이다.
반면 금리 하락 시 취약부문의 대출 건전성은 개선되는 효과도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은 이자 부담을 덜어 신규 연체 가능성이 작아질 수 있다. 또한 부동산 거래가 늘어 PF 사업성이 좋아지면서 관련 대출의 건전성이 개선될 여지도 있다. 한은이 미시자료를 이용해 대출 금리 하락에 따른 영향을 시산한 결과 전체 PF 사업장의 이자 부담은 내년 중 8000억원 안팎 경감되고, PF 연체율은 약 1.2%포인트 하락했다.
이번 금융안정회의를 주관한 장용성 금통위원은 “정부의 주택공급 대책과 가계부채 관리 방안 등의 효과가 점차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며 “정부 대책의 효과 점검과 함께 거시건전성 정책 공조를 지속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을 밑돈 이른바 한계기업 비중은 기업 수 기준 16.4%, 차입금 기준 26.0%로 전년보다 늘었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라는 것은 영업이익이 이자 비용에 미치지 못했다는 의미다. 중소기업 가운데 한계기업 비중은 기업 수 기준 17.4%, 차입금 기준 31.9%에 달했으며, 대기업은 각각 12.5%, 23.3%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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