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달구벌을 흠뻑 적신 가을비도 2024 KBO리그 플레이오프(PO·5전3승제) 판도를 뒤집진 못 했다. 가을비도 소용없을 만큼 ‘메가 라이온즈포’가 연일 가동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규시즌 2위에 오르며 플레이오프 직행한 삼성이 대구 홈에서 치러진 PO 2경기를 모두 잡고 기분 좋게 서울 잠실행 버스를 탔다.
삼성은 1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PO 2차전에서 선발 원태인의 6이닝 역투와 홈런포 다섯 방을 때려낸 타선의 폭발력을 앞세워 LG를 10-5로 꺾었다. 지난 13일 1차전 10-4 승리에 이어 두 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으로 대폭발하며 2연승을 거둔 삼성은 2015년 이후 9년 만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1승만을 남겨두게 됐다. 역대 5전3승제로 치러진 PO에서 먼저 2승을 따낸 팀이 한국시리즈에 오른 것은 18번 중 15차례로, 그 확률은 83.3%에 달한다.
PO 2차전은 당초 14일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하루 종일 내린 비로 인해 하루 순연됐다. 이는 LG에게 행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KT와 준플레이오프(준PO)를 5차전까지 가는 혈투를 치르느라 지친 LG 선수단에겐 그야말로 단비였기 때문.
게다가 하루 휴식 덕에 2차전 선발을 디트릭 엔스 대신 손주영으로 바꿀 수 있는 것도 호재로 평가됐다. 데뷔 8년차 만에 올 시즌 드디어 잠재력을 폭발시킨 좌완 손주영은 9승10패 평균자책점 3.79를 기록하며 LG 마운드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KT와의 준PO에서도 2경기 7.1이닝 무실점의 완벽투를 선보이며 LG 투수진의 기둥 역할을 해낸 손주영이다. 여기에 올 시즌 삼성을 상대로 3경기 2승 평균자책점 1.04를 기록한 ‘삼성 킬러’기도 했다. 엔스도 정규시즌에 삼성을 상대로 2경기 3.00으로 잘 던졌지만, 준PO 2경기에서 8.2이닝 7실점(7자책)으로 부진해 엔스에서 손주영으로 선발을 바꾼 효과는 더욱 극대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대해 경기 전 삼성 박진만 감독은 “손주영이 정규시즌에 우리를 상대로 잘 던졌지만, 포스트시즌에서 정규시즌 성적은 그저 참고사항이다. 1차전부터 우리 타자들의 타격 페이스가 좋았다. 게다가 오랜만에 실전을 치른 우리 입장에서도 하루 휴식은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선전을 다짐했다.
박 감독 말대로 삼성 선수들은 손주영을 상대로 주눅 든 모습 없이 철저하게 공략해냈다. 팀 타선의 핵심인 구자욱이 1회 도루 과정에서 왼쪽 무릎 부상을 입고 교체되는 악재도 있었지만, 삼성 타선의 폭발력은 여전했다. 올 시즌 185홈런을 때려내며 팀 홈런 1위에 오르며 타자친화적인 삼성라이온즈파크(라팍)를 홈 구장으로 쓰는 효과를 톡톡히 누린 삼성은 PO 1차전에서 홈런포 세 방으로 LG 마운드를 초토화시킨 바 있다. 이날도 삼성의 대포는 펑펑 터지며 팀 홈런 1위팀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1-1로 맞선 2회 김영웅이 솔로포를 터뜨린 데 이어 3-1로 앞선 5회엔 좌완 선발을 맞아 선발 출장한 김헌곤이 손주영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우완 유영찬을 상대로 투런포를 터뜨리며 라팍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6회엔 4번타자 디아즈(도미니카 공화국)가 좌완 불펜 함덕주를 상대로 솔로포를 때려내며 6-1로 벌렸다.
불펜이 다소 불안해 5점차 리드도 안심할 수 없는 삼성은 쐐기점도 홈런으로 만들어냈다. 7회 김헌곤이 투런포를 쏘아올려 PO 역대 9번째 연타석 홈런의 주인공이 됐고, 이에 질세라 디아즈도 솔로포로 10번째 연타석 홈런을 장식했다. 디아즈는 2경기 연속 홈런포이자 2경기에서 3홈런을 때려내며 절정의 타격감을 과시했다.
정규시즌에서 15승6패를 거두며 곽빈(두산)과 공동 다승왕에 오른 원태인은 이날이 포스트시즌(PS) 선발 데뷔전이었다. 정규시즌 평균자책점 3.66으로 전체 6위, 토종 1위에 오른 원태인은 이 부문 전체 8위, 토종 2위인 손주영(4.1이닝 5실점)과의 자존심 맞대결에서 완승을 거뒀다. 최고 시속 150km을 찍은 직구(40구)를 비롯해 커터(31구), 체인지업(27구), 슬라이더(4구), 커브(2구)를 섞어 던진 원태인은 6.2이닝 동안 7피안타 2볼넷으로 잦은 출루를 허용했지만, 빼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앞세워 1실점으로 실점을 최소화하며 생애 첫 PS 선발승을 거뒀다.
반면 LG는 9회 박해민의 솔로포와 김현수의 3점 홈런이 터져나오며 10-5까지 따라붙었지만, 이미 승부를 되돌리기엔 너무 늦었다.
삼성으로선 대구에서의 2연승은 최상의 결과지만, 마냥 웃을 순 없었다. 1회 도루 과정에 부상을 당한 구자욱의 검진 결과가 최악으로 나왔기 때문. 교체 직후 MRI 검사를 받은 구자욱의 검진 결과는 좌측 무릎 내측 인대 미세 손상. 3,4차전 출전은 어렵다는 진단이다. 과연 두 경기 연속 불타오른 삼성이 팀 타선의 리더이자 선수단 주장을 맡고 있는 구자욱의 부재 속에 잠실에서 한국시리즈 진출 확정을 이뤄낼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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