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의 작품이 ‘그림의 떡’인 동네 서점이 많다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18일 전국 각지의 동네 책방 우선 공급 등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문 전 대통령이 ‘책방지기’로 있는 평산책방 애플리케이션의 게시판에는 이날 오전 “책방에 한강 작가의 책이 더 들어왔다”는 글이 올라왔다.
한 작가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와 단편·시·산문이 수록된 ‘한강 디 에센셜’ 등이 입고됐지만, 그 물량이 많지는 않다면서다.
이 대목에서 문 전 대통령은 “한강 작가의 책이 엄청나게 팔린다지만 지역의 동네 책방은 그림의 떡인 곳이 많다”며 “책이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게시판 공지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중 하나인 ‘엑스(X·옛 트위터)’에서도 공유되고 있다.
서울 등 주요 도시 대형 서점에 줄을 잇는 구매 행렬과 달리 지방 등의 동네 책방에서는 한 작가의 책을 사고 싶어도 서점에 책이 여유 있게 공급되지 않는다는 문 전 대통령의 주장으로 해석된다.
노벨문학상 특수 온기가 공급망의 병목과 맞물려 지역 서점까지 닿지 않는다는 서점 업계 일각의 지적과 같은 맥락으로 들린다.
노벨상 수상 엿새 만에 한 작가의 책은 100만부 넘게 팔렸지만, 대형 서점에 물량이 쏠리면서 동네 책방에서는 그의 책을 팔고 싶어도 못 판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는 지난 17일 보도자료에서 교보문고가 자사 이익을 위해 한 작가의 책을 지역 서점에 공급하지 않았다며 주장하고, ‘출판계 단비’에 취한 교보문고가 눈앞의 욕심으로 지역 서점을 외면했다고 날을 세운 터다.
이에 교보문고는 “온오프라인 채널 모두 수급에 어려움을 겪지만, 타 도매업체와 마찬가지로 15일부터 300개 이상 지역 서점에 한강 작가의 책을 공급하고 있다”며 “다만 그 수량이 서점 입장에서는 턱없이 부족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현재 수급이 부족한 상황이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상생 차원에서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의 기쁨을 지역 서점도 누릴 수 있도록, 이후 물량을 추가로 조정해 지역 서점에 공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교보문고는 지역 서점과 경쟁하는 소매업체인 동시에 서점들에 책을 공급하는 공급업체이기도 하다. 전국적으로 도서를 공급하는 이른바 ‘전국구 공급 총판’은 웅진북센, 교보문고, 한국출판협동조합 등 3~4곳에 불과하다. 다만 지역별로 도서를 공급하는 ‘공급 총판’은 다수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이제부터라도 출판사들이 동네 책방에 책을 우선 공급해서 동네 책방을 응원하고, 동네 책방을 이용하는 독자들을 배려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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