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보호 위한 개선 필요…보호 장치 마련해야”
걸그룹 뉴진스의 멤버 팜하니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의혹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다"는 판단을 내놨다.
20일 고용노동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서부지청은 뉴진스 팬이 제기한 민원에 대해 "팜하니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아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이번 논란은 지난 9월, 팜하니가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하이브 사옥에서 겪은 일을 언급하며 시작됐다. 당시 그녀는 복도에서 대기 중 다른 연예인과 매니저에게 인사를 건넸으나, 매니저가 "무시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본 뉴진스 팬은 하이브 내에서 팜하니가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국민신문고를 통해 고용노동부에 민원을 제출했다.
서부지청은 조사 결과, 팜하니와 소속사의 계약 관계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와 사용자의 관계로 보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그 주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대등한 계약 관계 = 팜하니는 소속사와 상호 대등한 계약 당사자로, 사용자가 지휘·감독 권한을 행사하는 관계로 보기 어렵다.
▲회사 규정 미적용 = 일반 직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 등 사내 규범이나 시스템이 적용되지 않는다. 근무 시간 및 장소의 비정형성: 정해진 근무 시간이나 출퇴근 시간이 없으며, 특정 장소에서만 근무하지 않는다.
▲수익 배분 방식 =지급받는 금액은 근로에 대한 대가라기보다 수익 배분의 성격에 가깝다. 사업소득세 납부: 팜하니는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납부하며, 활동의 이윤과 손실에 따른 위험을 스스로 부담한다.
고용노동부는 대법원이 2019년 연예인의 전속계약을 민법상 위임계약 또는 무명계약으로 판시한 판례를 인용했다. 이는 연예인을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근로기준법 제76조 2항은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고 있으나, 이를 적용받으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여야 한다. 현재 연예인은 근로자가 아닌 기획사와 전속계약을 맺고 활동하는 '예외대상자'로 분류되고 있다.
팜하니의 사례는 연예인의 법적 지위와 노동권 보호 문제를 다시 한번 공론화시켰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팜하니가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후, 여야 정치권은 연예인 등 프리랜서 아티스트의 '노동자성' 보장을 위한 제도적 보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연예인은 일반 근로자와 다른 고용 형태와 계약 구조를 가지고 있어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연예인의 권리 보호를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팜하니의 사례를 계기로 연예인과 프리랜서의 권익 보호를 위한 입법 논의가 본격화될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연예인의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해 새로운 법적 지위 설정 및 보호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번 사건은 연예계에서 발생하는 논란이 단순한 개인 문제를 넘어 사회적 제도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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