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공포(公布) 후 환율 1430원대…1500원 돌파 우려 커져
美전문가 “尹 탄핵 여부 경제 영향 클 것…원화에 하방 압력”
미대 유학을 준비 중인 20대 A씨는 고환율에 유학길을 포기해야 하나 고민 중이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때 유학 기회를 놓쳐 돈을 모아 다시 준비하고 있는데, 이번엔 환율이 너무 올라서 걱정이다”며 “환율이 더 뛸 수 있다고 하니 준비한 돈보다 더 많이 필요할 것 같은데, 부모님 손을 또 빌리기는 어려워 심란하다”고 말했다.
13일 오후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1원 오른 1432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최근 이어지는 강달러 기조에 ‘12·3 비상계엄 사태’가 덮치며 환율이 상승하는 추세다. 앞서 지난 9일에는 원·달러 환율이 1437원대를 돌파하며 2년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이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자동 폐기로 국정 혼란 우려에 대한 외환시장 불안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유학준비생이나 수출입 사업자들은 빨간불이 켜졌다. 온라인상에는 ‘환율 상승에 속이 탄다’, ‘눈치만 보다가 달러 환전 시점을 놓친다’며 유학생 자녀를 두고 있는 학부모들의 푸념이 쏟아지고 있다. 또한 최근 국제 유가가 소폭 하락했음에도 1400원을 넘나드는 환율 때문에 수입물가는 상승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11월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는 139.03(2020=100)으로 전월(137.55) 대비 1.1% 올랐다. 전년동기대비로는 3.0% 올라 석달 만에 상승 반전했다.
앞으로도 윤 대통령 탄핵 여부가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아시아 금리 및 외환 전략 공동 책임자인 아다르쉬 신하는 지난 9일 원·달러 환율 급등 가능성의 원인 중 하나로 탄핵 부결을 꼽았다. 그는 “경기가 좋지 않아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탄핵마저 불발해 원화가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며 “탄핵 실패로 불확실성이 더 오랜 기간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정치 불안뿐만 아니라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도 원화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탄핵이 예측 가능성 측면에서 경제에 낫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장은 앞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뭐가 뭣보다 낫다는 게 아니라 불확실성 제거가 경제에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우리 경제·금융에서의 외생 변수에 대한 분석이지 탄핵을 지지하냐, 반대하느냐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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