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3할 타율에 2년 연속 유격수 부문 수비상.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역에 이어 꿈에 그리던 생애 첫 골든글러브 수상까지. KIA의 주전 유격수 박찬호(29)의 몸값이 올라가는 소리가 들린다.
박찬호는 1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KBO리그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최대 격전지로 손꼽혔던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유효표 288표 중 154표(득표율 53.5%)를 얻었다. 경쟁자 박성한(SSG 랜더스)은 118표(득표율 41%)로, 박찬호보다 36표를 덜 받았다.
박찬호와 박성한의 기록은 크게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 박찬호는 134경기 출전 타율 0.307(515타수 158안타) 5홈런 61타점 86득점 20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749를 기록했다. 수비이닝도 1120.1이닝으로 유격수 가운데 가장 많았다. 박성한도 이에 뒤지지 않았다. 137경기 출전 타율 0.301(489타수 147안타) 10홈런 67타점 78득점 13도루 OPS 0.791. 유격수 수비이닝도 박찬호보다 5.1이닝 적은 1115이닝이었다.
타격 지표에서는 3할에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낸 박성한이 근소 우위였지만, 팀 성적 프리미엄을 안은 박찬호가 이겨낸 모양새다. 박찬호는 한국시리즈에서 타율 0.318(22타수 7안타) 1타점 7득점으로 맹활약하며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탰다. 특히 우승이 확정된 5차전에서 3안타를 몰아치기도 했다. 이러한 서사가 최대 격전지라고 했던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자를 가른 것으로 분석된다. 격전지라고 했지만, 차이는 꽤 넉넉했다.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 프리미엄’이 프리미어12 24 도니미카공화국전 역전 2타점 3루타를 쳐낸 박성한의 ‘국가대표 프리미엄’을 압도한 모양새다.
커리어 초창기만 해도 수비는 좋지만 타격은 아쉬웠던 수비형 유격수였던 박찬호. 지난해 타율 0.301(452타수 136안타)을 기록하며 첫 3할을 기록한 뒤 올 시즌에도 타율 0.307을 기록하며 2년 연속 3할을 기록하며 공수겸장 유격수로 거듭났다. 지난해 오지환(LG)과 공동 수상했던 KBO리그 유격수 수비상도 올해는 단독으로 수상했다.
골든글러브는 박찬호가 명실상부 KBO리그 최고의 유격수임을 입증하는 ‘화룡점정’과 같은 상이 됐다.
. 골든글러브 시상식 전만 해도 “내가 꼭 받고 싶지만, 박성한이 받아도 이상하지 않다”했던 박찬호. 수상자로 호명되고 무대에 오른 뒤 박찬호는 “드디어 이 자리에 올랐다. 뛰어나지 않은 재능을 가져, 오래 걸렸다”며 “올해 우승도 하고, 골든글러브도 받았다. 내년에도 이 자리에 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2025시즌을 마치면 박찬호는 생애 첫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명실상부 리그 최고의 유격수가 됐으니 그의 몸값이 어디까지 치솟을지 관심을 모은다. 시작가격은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4년 최대 50억원(보장금액 42억원)을 받고 KT에서 한화로 옮긴 유격수 심우준이다.
준수한 수비와 빠른 발이 돋보이는 좋은 유격수지만, 심우준은 3할 타율을 한 번도 기록해본 적이 없다. 2017년 타율 0.287(286타수 82안타)이 가장 높은 기록이지만, 규정타석 미달이다. 올 시즌엔 군 제대 후 돌아와 53경기 타율 0.266(169타수 45안타) 3홈런 28타점 7도루를 기록했다. 현재 박찬호와 비교하면 확실히 한 티어 혹은 두 티어 아래인데 4년 총액 50억원의 계약을 맺었다. 이는 곧 박찬호가 4년 기준 60억원 이상의 계약은 확실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역대 유격수 최고 몸값은 지난해 12월 비FA 다년계약으로 6년 최대 124억원의 계약을 맺은 LG 오지환이다. 그 뒤로 두산 김재호, 롯데 노진혁, 한화 심우준이 맺은 4년 최대 50억원으로 뚝 떨어진다. 박찬호가 오지환의 계약을 넘어서진 못하겠지만, 역대 유격수 몸값 2위는 확실하다. 내년 시즌에도 맹활약하며 3년 연속 3할, 3년 연속 수비상, 2년 연속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해낸다면 몸값은 70~80억원까지 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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